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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차 구입자격 따는 데만 1억 드는 나라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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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차 구입자격 따는 데만 1억 드는 나라 “실화냐”

싱가포르 중심가의 전경.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싱가포르 중심가의 전경. 사진=로이터
운전면허가 있어야 차량 구입이 가능한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운전면허 외에 차량을 구입하는 자격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만 1억원을 넘어선 ‘초고물가’ 국가가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국가는 바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경제대국이자 도시국가인 싱가포르. 싱가포르에서는 차량 가격보다 차량 구입 자격을 갖추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차량보다 비싼 싱가포르의 ‘자동차 등록증’


10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최근 1억원을 돌파한 문제의 자격은 ‘Certificate of Entitlement(COE)’라는 이름의 자동차 등록증이다.

도시국가의 특성상 교통 혼잡과 공해 유발을 최대한 줄이려는 목적으로 자동차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1990년 처음 도입된 COE는 차량을 운행할 권리가 있음을 국가가 인정하는 일종의 쿼터제.

한번 발급받으면 유효기간이 10년으로 이 등록증을 취득해야만 싱가포르 내에서 자동차를 몰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매월 정부가 COE 발행 물량을 정해 공개 입찰을 통해 발급하는데 낙찰 가격이 사실상 차량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COE 낙찰가 사상 첫 1억원 돌파


CNN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은 이 10년 유효기간의 COE를 입찰을 통해 구매해야 비로소 차량을 구입할 수 있는데, 최근 COE의 최저 낙찰가가 7만6000달러(약 1억200만원)를 돌파하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CNN은 “지난 2020년과 비교하면 무려 4배나 급등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1억원 넘게 주고 COE를 취득한 뒤 구매할 수 있는 차량은 싱가포르 내에서 ‘카테고리 A 차량’으로 분류되는 1600cc 이하의 소형 자동차에 국한된다. 1억원이 최저 선이라는 뜻이다.

CNN에 따르면 SUV 차량을 비롯해 이보다 배기량이 큰 ‘카테고리 B급’ 자동차를 구매하고 싶은 경우에는 적어도 1만6630달러(약 1억4400만원)의 비용을 들여 COE를 취득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20년에는 10만2900달러(약 1억3900만원) 수준이었다.

보통 싱가포르 국민에게 ‘넘사벽’ 된 차량 가격


이 얘기는 보통의 싱가포르 국민 입장에서 자가용을 마련하는 일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싱가포르 평균 가구의 월 소득이 지난해 기준으로 7376달러(약 100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COE의 도입 목적을 충분히 달성하고 있는 셈이다.

싱가포르에서 자동차 딜러로 일하고 있는 리키 고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지만 COE 가격이 1억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면서 “안 그래도 자동차 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데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것 같다”고 밝혔다.

두 자녀를 키운다는 한 가정주부도 “학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라도 자가용은 필수적이지만 자가용 한 대를 마련하려면 몇 년 동안 돈을 모아야 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