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회사 철수 배경은 자국 시장 이슈, 인도시장의 정확한 세분화 실패, 경영진·주주의 단기적 접근이 원인!
포드, GM, 보다폰, 홀심, 씨티은행, 디즈니까지 업종도 다양
일본·한국 기업들, 인도에 특화된 제품·경영진 장기근속으로 우수한 실적 기록
디아지오·월마트 등 인도를 핵심 유망 사업장으로 여겨
포드, GM, 보다폰, 홀심, 씨티은행, 디즈니까지 업종도 다양
일본·한국 기업들, 인도에 특화된 제품·경영진 장기근속으로 우수한 실적 기록
디아지오·월마트 등 인도를 핵심 유망 사업장으로 여겨

인도는 현재 14억 소비자 대상으로 돈을 벌려는 기업에게는 여전히 유망한 시장이다. 인구 1인당 7130달러의 구매력을 감안한다면 글로벌 기업들이 사업하기에는 충분한 여유가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다국적기업이 인도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로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다.
디즈니는 인도에서의 영업을 축소하거나 완전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앱인 디즈니 플러스 핫스타(Hotstar) 뿐만 아니라 핫스타 인도를 매각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여기에 인도의 아다니 그룹, 썬TV(Sun TV) 그리고 블랙스톤이 인수 관심을 보이며 프레미엄까지 지불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수년간 인도 시장을 떠난 다국적기업은 디즈니만이 아니다.
미국 상무부가 2021년 11월 미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생산 연계 인센티브 때문에 다수의 다국적기업 자회사들이 새로운 사무실을 열고 있고, 게다가 글로벌 서비스 기업들이 인도에 지원 사무실을 점차 늘리고 있다. 그러나 2014년부터 그 당시까지 인도 시장에서 철수한 외국기업이 2783곳에 이른다.
자동차, 시멘트, 은행, 소비재, 통신 등 인도 시장에서 철수한 다국적기업의 업종도 다양하다.
스위스의 글로벌 친환경 건설자재 전문업체인 홀심(Holcim)은 2022년 64억 달러에 그의 자회사 ACC와 암부자(Ambuja)를 아다니 그룹에 매각하고 인도를 떠났다. 홀심은 ‘즉석타설’이 가능한 시멘트 혁신 제품을 갖고 공략하였으나, 고도로 파편화된 인도 시멘트업계에서 의미 있는 시장 점유를 확보하지 못했다.
또한 포드나 GM이 1997년 인도 시장에 진입했을 당시만 해도 승용차도 만들지 못했던 타타자동차와 마힌드라 자동차가 두 글로벌 제조사가 인도 철수를 결정했을 때 각각 인도 자동차 업계 2위,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업계 베테랑은 포드와 GM은 인도 시장 공략의 실패 원인을 인도 맞춤형 차량 모델 생산이 없었고, 인도의 넓은 자동차 딜러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했던 점을 지적했다.
이후 인도 시장에 특화된 차량 모델을 도입했을 때는 이미 한국이나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이 시장을 잠식해 더 치열한 경쟁을 감당해야 했다. GM 또한 중국 시장에 집중하기로 하고 인도에서 생산 자원들을 빼가기 시작했다. 반면, 2024년 상반기 인도 승용차와 SUV 예약 판매 대수가 200만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패 요인으로 한 가지 더한다면, 인도 시장을 적절하게 구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포드와 GM 초기 인도 도입 모델을 당시 D-세그먼트급 이상에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는 비교적 높은 가격대로 인도 시장에서 수요층이 가장 얇았던 것이다. 마루티(Maruti)나 현대차, 그리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는 1억 명의 인도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중적 모델을 생산하지 않았다. 포드 피고(Figo)나 쉐보레 비트가 배송되기 전에 알토(Alto)나 현대 쌍트로(Santro)가 인도 국민차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힌두스탄 유니레버 전 최고경영자 산지브 메타(Sanjiv Mehta)는 “인도 시장은 거대한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몇몇 미니 시장들’로 생각해야 한다”며 ‘특정 서브 세그먼트’와 ‘지역’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에서 외국계 은행들의 활동은 160년 이상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으며, 해결해야 할 독특한 이슈가 있다. 영업 원가, 투자수익 그리고 법령 준수만큼이나 기술과 혁신 측면에서 주도적 입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리테일 뱅킹분야에서 씨티뱅크는 인도에서 가장 선두주자였다. 특별하게 신용카드사업에서 더욱 그러했다. 그러나 HDFC은행이나 ICICI은행과 같은 민간은행들이 같은 사업방식으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씨티은행은 인도 신용카드 사업 거의 30년만에 악시스(Axis)은행에 매각해야 했다.
인도 내 소형, 지역, 그리고 공공 및 민간 등 다양한 형태의 138개 은행들 가운데 외국계 은행이 거의 3분의 1인 45곳에 이른다. 수십년 동안 이러한 의미있는 수치에도 불구하고, 외국계 은행이 2022년 말 기준 총 대출의 3.8% 그리고 예금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외국계 은행의 자산 비중, 예금 증가율, 전체 대출금 규모가 인도 민간은행들에 의해 잠식되어 왔다. 수입과 수익성 모두 같은 기간 부진한 실적을 이어왔다.
라제 조기(Rajesh Jogi) RBS 인도/냇웨스트 그룹 前최고리스크담당자는 “인도에서 프리미엄 자본수익을 올리며 성공하기 위해선 은행업종은 특히 리테일 뱅킹에서는 상당히 큰 규모로 운영해야 한다”며 “엄청난 자본 투입과 위험 감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은행의 도전 과제는 지방이든 외국계든 어떤 경쟁자들이 너도나도 따라 금융상품을 복제하고 출시하는 시간이 상당히 좁혀지고 있어 초기 독과점적 가격 책정을 통해 신속한 자금회수까지 필요한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국내외 거시 금융환경의 불확실한 변동성 장세에서 외국계 본사는 인도 시장에서 대규모 자본 수반이 뒤따르는 지속적인 업무를 할 가능성이 떨어진다.
다국적기업이 당면한 추가 이슈로 바로 본사의 단기적인 경영방침이다. 인도의 Chokhani 증권은 “단기적인 EPS와 주가 기반 보상방식이 대다수 북미 기업들을 이끌고 있다. 독일이나 북유럽, 일본, 한국 등 기업들의 장기적 접근을 참고해 보라”고 지적했다.
자본집약적 통신업종에서 외국계 회사들은 더 복합적인 경험을 겪어왔다.
타타 다코모, 에어셀, MTS인디아 등 이전 10여년 동안 12~14개 통신사가 사실상 과점체제에서 사업을 해왔으며, 인도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완전 경쟁체제 구축에 힘써 왔다.
통신 전문가들은 종종 인도가 큰 시장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다지 돈을 많이 쓰는 시장은 아니라고 말해왔다. 이커머스 관점에서 보면 약 8000만 명의 인도인들이 디지털 상거래를 하며, 그 수치는 중국 8억 8400만명의 10% 수준이다.
통신 시장의 혼란은 인도가 2G에서 3G 기술로 전환하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당시 몇몇 통신 사업자들은 자본이 매우 부족한 상태였다.
보다폰 인디아(Vodafone India)와 아이디어 셀룰러(Cellular)의 합병기업인 보다폰 아이디어(Vodafone Idea)는 처음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아마도 유럽지역에 주력하고 있는 모기업인 보다폰 그룹은 인도에서의 벤처 투자에 얼마나 지출할지에 한계를 설정했었다. 그 결과, 보다폰 아이디어는 2018년 6월 이후 적어도 20분기 연속으로 가입자가 줄었고, 합병기업 설립 이후 6년 연속 재무적 손실을 입었다.
자본집약적인 모든 산업, 특히 장기 투자 게임인 통신업종은 외국 자본 없이는 규모를 키울 수 없다.
보다폰 그룹은 항상 시장의 움직임이나 규제당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이 필요 없는 시장에서 사업을 해왔다.
글로벌 대형 통신사들이 인도에 새로운 프로젝트 개발에 나설 것 같지 않다.
손실 중인 보다폰 아이디사 인수에 돈을 넣기 위해서라도 외국 투자자는 정부 부채 전액 탕감에 합의하고 기존의 경쟁업체인 릴라이언스 지오나 바르티 에어텔의 심각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거의 100억 달러 이상의 신규 자본을 투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12~13개 인도 통신사들이 과잉 경쟁을 하면서도 서비스 측면에서는 선전했다. 하지만 제품과 솔루션 측면에서는 노키아, 화웨이, 삼성, 오포, 비보 등 외국 업체들이 선진 기술로 인도 시장을 장악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미국이나 영국 시장은 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 장기적인 승자 탄생에 경영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지 않는다.
디즈니가 핫스타를 위해 큰돈을 들여 폭스사를 인수하거나 월마트가 아마존 견제를 위해 플립카트를 인수하는 등 대다수 인수 과정이 과대광고를 통해 눈길을 끌 뿐이다. 이런 부분이 또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사가 된다.
하지만 인도가 여전히 포춘지 500대 기업들 매출 가운데 5-10% 미만을 차지하고 있어 인도에서의 어떠한 변화도 자원 재배분을 통해 주요 시장을 강화하게 만든다. 씨티은행이 부유한 인도 고객들을 포기하고 엑시스 뱅크에 매각한 점이 최근 사례다.
한편, 인도를 핵심 시장으로 접근하는 서구 기업들의 사례도 있다. 디아지오(Diageo)와 월마트(플립카트)가 좋은 예다. 두 기업 모두 사업 구축을 위해 자원과 시간을 투여하고 있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 이들 기업의 인도 경영진들이 글로벌 모회사에 상당한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유니레버가 유일한 경우로 보인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