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금리 장기화·달러 강세·유가 급등 등이 다른 나라 경제 압박 가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고금리 정책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이는 곧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고, 다른 나라의 경제 성장을 막고 있다고 WSJ이 지적했다.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 압박 요인이다.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한 금리 인상을 중단하려던 시점에 이·팔 전쟁으로 고물가 사태가 다시 나타날 위험이 커지고 있다.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르고, 금리가 더 뛰면 신흥 국가들은 채무 상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채무국들은 달러화 표시 부채 상환 부담이 늘어나고, 신규 채권 발행 방식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가 어려워진다. IMF는 저소득 국가의 60%가량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있거나 그런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잠비아와 스리랑카는 이미 외채 상환 불능의 디폴트에 빠졌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이·팔 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4일(현지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이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불확실성 요인이나, 그 파장을 평가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특히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지상군의 가자지구 진입이 임박하면서 국제 유가는 전달 6% 가까이 급등했다. 북해 브렌트유는 6% 가까이 뛰면서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직접 충돌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고, 세계 성장률은 1% 포인트 떨어져 글로벌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고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IMF는 10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지난 7월에 비해 미국 경제 전망치를 높이고, 중국 경제 전망치를 낮췄다. 미국의 성장 전망치는 올해 2.1%, 내년 1.5%로 각각 0.3%포인트, 0.5%포인트 올렸다.
IMF는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를 통해 중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을 5%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7월 추정치 5.2%보다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중국의 내년 성장 전망치도 4.2%로 지난 7월 전망 때보다 0.3%포인트 낮췄다.
WSJ “이는 곧 미국 경제가 애초 예상보다 소프트 랜딩 가능성이 커졌고,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의 경제 전망은 더욱 어두워졌다는 것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수출 부진과 소비 둔화, 부동산 가격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경제 부진으로 독일이 타격을 입어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이는 곧 유럽 경제의 전반적인 약세로 이어질 것으로 IMF가 분석했다.
글로벌 무역도 올해 0.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IMF가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당시의 증가율 5.1%에서 크게 하락하는 것이다. 글로벌 무역이 줄어들면서 반세계화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IMF가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대립,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애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공급망이 차질이 빚어지면 이것이 경제 성장을 늦출 뿐 아니라 지정학적인 위험을 우려한 투자자들을 위축시켜 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WSJ이 지적했다.
IMF는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침공, 지정학적 균열 확대 등으로 추진력을 잃은 상황에서 이·팔 전쟁으로 새로운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IMF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 3%에서 2024년 2.9%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전망치는 7월 전망치 3%에서 0.1%포인트 낮아졌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