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쟁으로 글로벌 경제 하방 위험 고조

무엇보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 유가가 치솟고 있다. 국제 유가는 13일 하루에만 6%가 뛰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이란전으로 확전되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란이 끝내 참전하면 국제 유가는 현재보다 배럴당 64달러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이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면서 세계 경제를 압박할 수 있다. 이 해협이 봉쇄되면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만으로 원유 공급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올 수 있다.
국제 유가가 뛰면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올라갈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15일(현지 시간) “중동에서 확전으로 인플레이션이 뛰면 그 부산물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금리 동결을 모색하는 시점에 발발한 이·팔 전쟁으로 인해 통화정책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애초 예상대로 금리를 동결할 수 있으나 유럽중앙은행(ECB)은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로이터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팔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는 연준과 ECB가 10, 11월에 동시에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미국과 유럽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완화됨에 따라 기존의 추가 금리 인상 시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했었다.
연준은 오는 10월 31일~11월 1일에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한다. ECB는 이에 앞서 오는 26일 금리 결정 회의체인 ECB 정책위원회 회의를 소집한다.
두 개의 전쟁 여파로 글로벌 분절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NN비즈니스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반세계화 움직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는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져 세계 경제가 갈수록 블록화할 것이라고 이 매체는 강조했다.
웰스파고 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분쟁, 팬데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화가 정체 상태에 빠진 데 그치지 않고, 반세계화로 역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팔 전쟁이 발발해 반세계화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이 은행은 전망했다.
웰스파고 은행은 “세계화가 종언을 고했고, 무엇보다 무역통제의 폐해로 인해 글로벌 해외직접투자(FDI)가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CNN비즈니스는 “지정학적인 분절이 심화하면 무역 분야 협력이 줄어들고, 정보와 기술 공유가 위축되며 금융시장에서 디커플링이 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20개국(G20) 경제 수장들도 지정학적 갈등 등으로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2~13일(현지 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일부 국가의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이 여전하고, 지정학적 갈등과 기후재난 및 취약국 부채를 악화시키는 글로벌 금융여건 경색 등 하방 위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완화하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간 조화, 성장 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G20이 강조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