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밤(한국 시간) 발표되는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물가 상승세가 재가속되면 지난해 저점을 넘어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엔화 약세가 가시권에 들어온다.
1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한때 1달러=151.92엔으로 2022년 10월 2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날 기록한 151.94엔에 바짝 다가서며 1990년 이후 33년 만의 최저치 경신도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일본 시간 14일 오전 0시쯤, 하한가의 견고성을 확인한 일부 시장 참여자들의 환매가 들어오면서 엔화는 급등해 한때 151엔대 초반을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환율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팽배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큰 규모의 엔 매수 주문이 들어오면 '개입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겨 엔고로 치닫기 쉽기 때문이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로서도 만반의 대응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해 시장 참가자들은 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환율 개입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이 개입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한 전망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엔화 약세가 급격하게 진행된 10월 3일에 개입에 나서지 않은데다, "13일에 저점을 찍고 나서도 스즈키 재무상의 개입 발언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의 우에노 다이사쿠 수석 외환전략가)는 이유에서다.
일본 재무성의 간다 마사토 재무관(차관급)이 환율 개입 준비에 대한 질문에 "스탠바이"라고 답한 것이 지난 1일인데, 13일에는 그 수준을 넘어선 엔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2주간 151엔대 저점을 돌파하지 못했고, 정부가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변동성 측면에서 보면 엔화 환율은 안정된 상태다.
다이와증권 겐타 다다이데 수석 외환전략가는 "간다 재무관이 스탠바이 발언을 했기 때문에 22년 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 전에 개입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의 움직임을 보고 아직 개입은 불가능하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개입의 벽' 돌파에 대한 심리적 허들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엔화 약세 진행의 '마지막 한 방'이 될 수 있는 이벤트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14일 오후 10시 30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하는 10월 미국 CPI다.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10월 미국 CPI는 종합지수 기준 전년 동월 대비 3.3% 상승해 9월의 3.7%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으로 성장률은 9월 대비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수는 9월까지 6개월 연속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10월에는 둔화세가 멈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의료보험료 산정방식 개편도 물가 상승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근원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하기 때문에 물가 기조를 가늠하기 쉬운 지표로 꼽힌다.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시각이 확산될 경우, 0.25% 환산으로 2024년 '3~4회'로 예상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관측 후퇴를 통해 광범위한 통화에 대해 달러 강세가 진행되기 쉽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