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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핵폭탄, ‘그림자 금융’ 문제 본격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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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핵폭탄, ‘그림자 금융’ 문제 본격화되나?

중국 그림자 금융, GDP 대비 63.4%로 사상 최대
투명성·규제 미흡으로 금융 불안 우려
중국 당국, 부동산 대출 기관 종즈(ZEG) 조사 시작
위안화와 달러등 각각 지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위안화와 달러등 각각 지폐. 사진=로이터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중국 경제를 뒤흔들 핵폭탄이 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을 제외한 금융기관이나 비금융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 활동으로 은행과 달리 정부의 통제와 감독에서 벗어나 있고, 고위험·고수익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 위험 수준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 부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없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그림자 금융이 문제가 되는 것은 투자 대상이 대부분 부동산이라는 점이다.

2020년 그림자 금융을 기반으로 했던 헝다그룹 파산 사태가 그림자 금융의 위험을 알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중국 정부는 부동산 대출기관인 중즈(Zhongzhi Enterprise Group, ZEG)를 시작으로 그림자 금융 단속에 나섰다.

1995년 설립된 중즈는 중국의 자산관리회사로 최대 1390억 달러 이상을 운용하던 회사다.

이 회사는 부동산 대출에 주력해 부동산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대출해줬다. 그러나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위기에 처하자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해 지난달 5일 파산을 선언했다. 부채는 최대 6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중즈 조사는 시작에 불과하며, 중국 당국이 ‘그림자 금융’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베이징 경찰은 추가적인 그림자 금융의 연쇄 부도 등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 이 회사의 자산관리 부서를 ‘불법 범죄’ 혐의로 수사한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주석의 규제 단속 강화 지시에 따른 것이다. 중국은 올해에만 기술, 금융, 부동산 등 여러 부문에서 12명 이상의 고위 임원이 실종되거나 구금되거나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암시한다.

중국의 그림자 금융은 2011년 이후 급격하게 증가해 왔다. 이는 중국 정부의 금융 규제 강화로 인해 은행 대출이 줄어든 반면, 기업들의 자금 수요는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그림자 금융의 위기로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림자 금융은 금융 시스템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어, 부실이 발생하면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23년 3분기 말 중국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약 6조214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63.4%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이에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대부분 부동산 기업에 대출됐다. 중국 신규 아파트의 정확한 수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대략 2000만 채라는 주장이 있다. 이미 분양이 됐지만,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이 부동산 위기를 불러온 원인 가운데 하나다.

빈 아파트의 숫자는 출처에 따라 다르지만, 중국 정부는 약 200만 채, 일본 노무라연구소는 900만 채로 추산하고 있다. 또한, 다른 출처에 따르면 6500만 채, 720만 채, 1억3000만 채 등 다양하다.

중국 정부의 추산은 부동산 개발업자 신고를 기반으로 해, 실제로 빈 아파트 숫자보다 낮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반면 노무라연구소의 추산은 위성 이미지 분석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실제 빈 아파트 숫자에 더 근접한다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2선 도시 이하의 지방도시를 중심으로 분양은 되었지만 빈 아파트는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이에 부동산 개발업자는 물론, 수익성을 보고 대출을 통해 부동산에 뛰어든 많은 기업들도 위기에 봉착했다.

중국 정부는 그림자 금융을 규제하기 위해 은행의 신용 공여 확대, 부동산 시장 안정화, 금융기관 건전성 강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은행 대출이 증가하면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고, 규제를 강화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한편, 중국 정부가 최근 중소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강화에 나섰다.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국(NFRA)은 국영 언론인 신화통신을 통해 “NFRA는 금융감독총국과 협력해 증권시장 이외의 금융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NFRA는 중국 금융 부문의 전 측면을 감독하는 감시기관으로, 57조 달러 규모의 중국 금융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NFRA는 불법적인 제3자 중개인을 포함해 주요 금융 위험을 야기하고 시장 질서를 훼손하는 ‘핵심 인물’과 ‘핵심 행동’은 물론 중소형 은행의 구조 최적화, 품질의 개선, 효율성 증대를 촉진하고, 보험회사가 원래의 보호 기능으로 복귀하도록 장려하고, 자산 관리, 비은행 및 기타 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고수하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을 규제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 조치가 그림자 금융의 피해를 막고 중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그림자 금융을 규제하려면 더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도, 규제가 지나치면 중소기업 등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어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