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미국 덴버에서 열린 슈퍼컴퓨팅 2023(SC23)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중국 국립 병렬 컴퓨터 엔지니어링 및 기술연구 센터(NRCPC)가 개발한 ‘선웨이 오션라이트’는 HPL 혼합 정밀도 벤치마크에서 5.09 엑사플롭스(Eflops)의 성능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 오크리지 국립연구소(ORNL)가 구축하고 호스팅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시스템인 ‘프런티어’에 이어 둘째로 뛰어난 성능이다.
HPL 혼합 정밀도 벤치마크는 슈퍼컴퓨팅 성능을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엑사플롭스는 1초에 10의 18승 번의 부동소수점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5.09 엑사플롭스는 현재 세계에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인 후가쿠의 성능보다 약 10% 낮은 수준이지만, 2023년 11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빠른 슈퍼컴퓨터인 프런티어의 성능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 수준의 성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천 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수백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포함하는 대규모 컴퓨터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성능으로는 대규모 기상 예측, 복잡한 의학 연구, 새로운 약물 개발, 인공지능(AI) 및 머신 러닝 연구가 가능하다.
선웨이 오션라이트는 중국의 슈퍼컴퓨터 개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시스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특히 미국의 제재로 미국산 칩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중국 자체 기술로 개발한 칩을 사용해 성능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슈퍼컴은 ‘선웨이 SW26010 Pro’ CPU를 기반으로 한다. 이는 중국에서 자체 개발한 칩으로, 이전 버전인 ‘선웨이 SW26010’에 비해 클럭 속도, 명령어 세트, 메모리 대역폭 등이 개선되어 성능이 4배 향상됐다.
클럭 속도는 CPU 주파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초당 클럭 신호가 몇 번 반복되는지를 나타내는데, 클럭 속도가 높을수록 CPU는 더 빠르게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SW26010 Pro CPU는 여전히 미국산 CPU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적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반도체 기술 제재를 가해 왔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선웨이 시스템에서 열악한 개별 칩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수의 코어(계산의 기본 단위)를 사용해 컴퓨터 성능을 향상시키는 전략을 사용했다.
선웨이 오션라이트는 총 4100만 개 이상의 CPU 코어를 갖추고 있어 프런티어의 870만 개보다 약 5배 많다.
코어 수를 늘리는 방식은 성능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에너지 소비와 비용 증가라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선웨이 오션라이트는 프런티어보다 약 4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며, 제조 비용도 더 비쌀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6년에 ‘선웨이 타이후 라이트’를 통해 세계 최초로 엑사스케일 슈퍼컴을 구축한 데 이어, 2020년에도 톈허-3를 통해 세계 최강 슈퍼컴의 자리를 차지했다.
중국은 향후 더 강력한 슈퍼컴을 개발해 세계 슈퍼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슈퍼컴퓨터 개발은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의 중요한 부분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프런티어를 통해 세계 최강의 슈퍼컴 자리를 굳히고자 하고, 중국은 자체 기술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중국은 아직 가장 강력한 슈퍼컴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다른 슈퍼컴 칩 역시 개발 중이라고 말한다.
한 전문가는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의 슈퍼컴퓨터를 개발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중국이 슈퍼컴 분야에서 세계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세계 선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체 개발 칩의 개발 및 보급을 확대하고, 군사·과학·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해 대규모로 구축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많은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슈퍼컴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관련 기술을 공유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노력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미국과 함께 슈퍼컴퓨터 분야에서 양강 구도를 형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미국은 반도체 기술 제재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슈퍼컴 개발을 뒷받침하는 자금과 기술을 제공하는 국가에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