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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프로필] 아르헨티나 "전기톱 대통령" 밀레이(Milei)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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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프로필] 아르헨티나 "전기톱 대통령" 밀레이(Milei) 누구?

중앙은행 폐쇄+ 미국 달러화 기축통화 도입
아르헨 밀레이 대통령 이미지 확대보기
아르헨 밀레이 대통령
아르헨티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공식 취임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연방의회에서 전통에 따라 퇴임하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부터 어깨 띠를 넘겨 받은 뒤 취임선서를 하고 공식적으로 대통령직에 올랐다. Javier Gerardo Milei

밀레이 대통령은 선서 후 의회 앞 광장으로 나와 취임사를 발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국민은 되돌릴 수 없는 변화에 대한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했다"며 "우리는 수십 년간의 실패와 내분, 무의미한 분쟁을 묻어버리고, 폐허처럼 변한 사랑하는 조국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초인플레이션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 것"이라면서 "GDP 5%에 달하는 공공 부문 재정 조정을 비롯해 강력한 경제난 극복 정책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취임식 행사에는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을 비롯한 남미 주변국 정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 등이 자리했다. 한국에서는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경축 특사로 참석했다. '정권 실세'로 꼽히는 대통령 여동생 카리나 밀레이와 1기 내각(수석 장관 및 9개 부처 장관) 및 참모진 등도 함께 했다.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으로 극우 성향 정치인으로 꼽히는 밀레이 대통령은 하원의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 놓은 지 2년여만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는 선거 과정에 '전기톱 퍼포먼스 유세'를 벌이는 등 돌출적인 언행으로 국가 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하고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중앙은행 폐쇄 및 아르헨티나 페소화를 달러화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과격한'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그는 중앙은행 폐쇄와 달러화 도입 등 주요 공약 이행의 속도 조절을 예고했다. 1983년 군사정권 종식 이후 오랫동안 아르헨티나 정치사를 지배한 페론주의 집권 세력을 누르고 혜성처럼 등장한 밀레이 당선인은 '35년 뒤 미국에 버금가는 초강국 건설'의 씨앗을 심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국가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정권 교체 후 급격한 사회변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됐던 밀레이 정부는 일단 집권 초반 내각을 온건파로 꾸렸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루이스 카푸토 경제부 장관 내정자다. 우파 마우시리오 마크리 정부(2015∼2019년)에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카푸토 내정자는 밀레이 당선인 핵심 공약 중 하나인 '달러화 도입'에 비판적인 인물이다. 중앙은행 총재 내정자 역시 후보 시절 공언과는 달리 '달러화 도입 선봉장' 에밀리오 오캄포 대신 산티아고 바우실리 전 재무장관을 낙점했다.
밀레이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 중국, 브라질,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등과의 교역에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중국에 대해선 "공산주의자들과 거래하지 않을 계획"이라는 등 공개적으로 반중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 및 이스라엘과의 협력 체계를 더 공고히 다질 것"이라며 미국 중심 외교 정책 구상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아르헨티나 통계청(INDEC) 자료를 보면 지난해 총교역액 기준 대외 교역국 1·2위는 나란히 브라질과 중국이었다. 브라질의 경우 수출액(126억 6천500만 달러)만 놓고 보면 2위 중국(80억 2억2천만 달러)·3위 미국(66억7천500만 달러)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밀레이 정부는 지난 8월 승인을 받아둔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가입(내년 1월)에 대해 "실제적 이점이 없다"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밀레이 당선인은 기성정치권에 대한 민심 이반을 등에 업고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이다. 2021년부터 하원 의원을 지내고는 있지만, 정치적 존재감은 거의 없던 '아웃사이더'에 가까웠다. 지난 8월 대권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예비선거(PASO·파소)에서 중도우파 연합 파트리시아 불리치(676) 전 치안장관과 마사 후보를 누르고 깜짝 1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1970년 10월 2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기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젊은 시절에는 '차카리타 주니어스' 소속 골키퍼로도 활동했다.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한 후 HSBC에서 수석 경제고문으로 일한 적도 있으며 국제상업회의소의 경제 정책을 담당하는 B20 및 세계경제포럼 소속이다. 21년 이상을 경제학 교수로 일했다. 라디오 DJ로도 활동하였는데 역시 본인의 전공을 살린 경제 분야를 중점으로 다루었다. 패널로 출연한 인물들 중에도 경제학자, 법조인, 기업인 등 경제와 관련된 인물들이 많은데 모두 밀레이와 성향이 비슷하다.

경제학자 시절 좌우를 막론하고 정부여당의 경제 실정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끄는 페론주의 좌파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뿐 아니라 친시장과 친기업을 표방했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경제 정책도 거침 없이 비판하면서 이른바 '모두까기 전략'을 구사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