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경제 안보 vs 차별 논란 이슈화될 듯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받은 미국 우파 단체들이 사실상 중국 정부나 공산당과 연계된 기업과 개인의 미국 농지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을 각 주에 제안하고 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이 미국 농지나 군사기지 주변 부동산을 구매하여 국가 안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미국 내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 안보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중국계 미국인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중국과 중국 투자자가 실제 소유한 미국 농지의 비율이 국가 안보에 우려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도 공존한다.
주도세력,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
주도세력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AFPI)는 2021년 4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설립한 비영리 싱크탱크다.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책 연구, 보고서 발간, 컨퍼런스 개최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의회 증언도 자주 한다.
이들이 이 주제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은 2022년 중국 농업 회사인 푸펑 그룹이 첨단 드론이 있는 미 공군 기지에서 약 20km 떨어진 노스다코타주 그랜드포크스에 옥수수 제분 공장 건설을 이유로 150헥타르를 구입한 이후였다. 그 땅이 군사 시설을 감시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강한 우려가 퍼지면서, 130여 명의 의원이 조사를 요구했고, 그 프로젝트는 주 차원에서 거부해 무산되었다. 트럼프와 이 단체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단체는 2023년 1월부터 중국인의 미국 내 토지 구매에 완전히 관여하기 시작해, 각 주에서 모델 법안을 공유하며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9개 주, 중국 농지 소유 금지 법안 통과
국립농업법센터(National Agricultural Law Center)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약 24개 주에서 외국인의 토지 소유를 제한하고 있다. 외국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 면적 제한, 특정 지역 토지 소유 금지, 토지를 구매하기 이전에 국가 안보 검토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가 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회사를 통해 우회되고, 충분히 시행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가운데, 공화당 출신 주지사나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주의회가 있는 애리조나, 플로리다, 미시시피, 몬태나, 노스다코타, 사우스다코타, 테네시, 버지니아, 유타 등 9개 주는 특히, 중국의 농지 소유를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칸소주는 중국 국영 기업에 인수된 스위스 종자 회사 신젠타에 2년 안에 농지를 매각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이들이 제안한 법안은 중국 정부, 공산당, 기업, 중국인 등이 미국의 농지 또는 군사기지 주변 토지 매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경제 안보 vs 차별 논란
이는 미국에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경제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일부에서는 중국계 미국인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들이 실제 소유한 농지 비율이 국가 안보 우려를 야기할 수준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연방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 투자자는 미국 농지 중 약 1% 정도 소유하고 있다. 이는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등 다른 외국 투자자들이 소유한 미국 농지보다 적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소유가 미국 식량 안보나 농업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일부 아시안 아메리칸 옹호 단체와 정치인들은 이런 법안이 중국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안이 국적이나 출신에 따라 미국 농지 소유권을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법안이 미국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해치고, 아시안 아메리칸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하고, 미국의 농업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2월 연방 항소 법원은 중국, 중국 공산당 간부 또는 당원, 중국 기업 단체 및 중국에 거주하는 개인이 부동산 구입과 지분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하는 플로리다 법의 시행을 차단했다.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은 그 법률을 일반적으로 무효화하는 것이 아니라 당해 사건에 법률 적용을 거부함에 그치지만, 이는 선례구속의 원칙(stare decisis)에 따라 사실상 법률을 무효화하는 효력을 지닌다.
연방 차원에서는 외국 자원이 소유할 수 있는 미국 내 개인 농지 양에 대한 제한이 없다.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국방장관이 미군 시설로부터 80km 이내에 위치한 외국인 소유 농지에 대해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조항을 포함시키려는 노력도 실패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의 논란에 대해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일부 정치인들은 중국을 적대화하고, 중국과 미국의 정상적인 교류와 협력을 방해하고, 미국의 다양성과 개방성을 손상하고 있다”라고 항의했다. 또한, 중국은 이런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WTO에 미국의 농지 소유 제한에 대한 분쟁 해결 절차를 요청할 수도 있다.
한편, 이런 논란은 미국 외 캐나다, 호주, 영국, 일본 등 자유 진영 국가들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중국 기업이나 중국인들이 대규모 토지를 보유한 농업기업 매입을 추진하다 중단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 2017년에 중국 기업이 캐나다의 유명 농업 기업인 리처드슨 인터내셔널(Richardson International)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차단했다. 호주에서는 2016년에 중국 기업이 호주 최대의 농업 기업인 키드먼 앤드 코(Kidman and Co)의 67% 인수 시도를 차단했다. 영국에서는 2019년에 중국 기업이 영국의 유명 농업 기업인 헤이그레이브 앤드 코(Haygreave and Co)를 인수하려는 시도를 차단했다. 이들 정부는 거래가 자국의 식량 안보와 농업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가안보 논란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중국 자금으로 보이는 한 회사가 일본 항공자위대 레이더 기지에서 약 35km 떨어진 홋카이도의 토지를 매입하여 논란이 된 바가 있고, 이후 토지 구매 제한 규정이 강화됐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중국 대사관이 호주 의사당 인근에 신축 대사관 부지를 매입하려던 것을 금지한 바 있다.
미중 갈등과 중국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면서, 중국의 자유 진영 국가 토지 매입에 대한 경제 안보와 차별 논란 사이에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움직임은 국가 안보와 차별, 그리고 자유 무역과 투자 보호라는 가치 사이에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복잡한 성격의 문제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