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일본,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로비 활동 대폭 강화

공유
0

일본,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에 로비 활동 대폭 강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일본은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자유 진영 국가 중 하나다.

이에 일본은 대선을 앞두고 역대로 미국과의 동맹 관계 유지와 강화를 위해 로비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 일본은 미국을 가장 중요한 안보 파트너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정치적 지지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로비 활동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 발전, 미국 시장 접근, 미국의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함이다.
이제 다시 대선이 본격화되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 선전이 가시화되자, 바이든 대통령을 중심으로 펼치던 지원과 관심을 트럼프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새로운 로비 기업과 계약하고 정치 변화를 탐색하기 위해 더 넓은 범위의 고문을 투입하는 등 미국에서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트럼프 재선 가능성에 대비, 트럼프와 가까운 로비 회사인 발라드 파트너스를 비롯해 총 20개의 로비 또는 자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2023년에 약 4934만 달러를 로비로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년 대비 13.4%, 2019년 대비 28.5% 증가한 수치다. 트럼프가 첫 당선했던 2016년 이전인 2015년보다 82.5% 증가한 로비다.

외국 대리인 등록법에 따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추가로 계약한 3개 로비 또는 자문 회사는 트럼프와 가까운 플로리다 소재 로비 회사인 발라드 파트너스, 의회 블랙 코커스와 가까운 그룹 D.C,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가 설립한 연설문 작성 회사인 웨스트 빙 라이터스 등이다.

발라드 파트너스의 브라이언 발라드 회장은 2018년 폴리티코에 의해 “트럼프의 워싱턴에서 가장 강력한 로비스트”로 묘사되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발라드는 워싱턴에 사무실을 열고 플로리다로 업무를 확장했다.

일본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미국 동맹국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고, 중국과의 경쟁에서 미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일본은 트럼프가 중국과의 거래를 탐색할 경우, 대만 문제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사전에 이를 파악해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로비 활동은 미국의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에 따라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FARA는 외국 정부나 정치 단체의 대리인으로서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자들에 활동 내용과 수입을 법무부에 제출하고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법률이다.

일본의 로비 활동은 과거에도 일본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어, 1980년대에 일본은 미국의 무역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강력한 로비 활동을 펼쳤고, 보복 조치를 완화하거나 회피하는 데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미국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해 로비 활동을 통해 대북 정책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공하고,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일본의 로비 활동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일본의 이익을 반영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로비 활동은 미국 내에서 비판적인 여론을 받기도 한다. 일부 미국인들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로비 활동이 미국 국익과 상충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일본이 미국의 철강업체 U.S. 스틸을 인수한 일본 스틸의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로비를 펼쳤을 때, 미국의 철강산업과 노동조합은 이에 반발하고, 미국의 산업과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트럼프 쪽 로비를 강화하는 일본의 행보에 대해 바이든 캠프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부는 이를 이해하고, 주요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일본과의 협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입장이다. 반발하는 쪽의 입장도 일본에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바이든 쪽 불만을 달래기 위해 일본은 바이든 캠프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4월에 첫 정상회담을 진행 할 예정이며, 미·일동맹의 중요성과 강화를 재확인했다. 일본은 또한 바이든 정부의 중국경쟁을 지지하고, 기후변화, 사이버 보안 등의 문제에 공동 협력하고 있다.

일본 외 아시아 국가 가운데 이와 유사한 로비를 펼치고 있는 국가는 중국, 인도,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등이 있다. 이들은 미국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다양한 로비 회사와 계약을 맺고, 미국의 의회, 행정부,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에 로비스트를 파견하고, 자국의 이익과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유럽이나 중동 등의 국가에서 펼치는 로비도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영국,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등은 주요 동맹국이나 파트너로서 미국의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미국과의 안보, 경제, 정치, 문화 등의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미국 현지 로비를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은 미국을 가장 중요한 동맹국으로 보고 있으며, 미국의 군사적 보호와 정치적 지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또한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발전시키고, 미국의 시장에 접근하고, 미국의 무역 장벽을 낮추기 위해 총 10개 로비 또는 자문 회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오픈시크릿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내 로비 지출액은 1208만 달러로 전년보다 55.6% 감소했지만 올해는 달라질 전망이다.

한국은 미국 의회, 행정부, 언론, 학계, 시민단체 등에 한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