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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역량 강화…2위 삼성 자리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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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파운드리 역량 강화…2위 삼성 자리 위협

인텔은 21일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텔은 21일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맥에너리 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댄서들이 춤을 추고 있다. 사진=로이터
인텔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으로 혁명적으로 전환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이를 위해 인텔은 주문받은 반도체를 제조하기 위해 파운드리를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고, 다양한 고객 확보를 위해 ARM과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인텔 파운드리는 인텔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로, 인텔이 설계한 칩은 물론 다른 기업이나 기관이 설계한 칩도 제조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AI 시대를 위한 시스템즈 파운드리'라고 자처하는 인텔 파운드리는 고객사들에게 다양한 아키텍처, 공정, 패키징,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집중하려는 배경은 왕년에 반도체 제조 분야 세계 1위였던 위상을 되찾기 위함이다. 현재 PC와 서버용 CPU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모바일, 사물인터넷(IoT), AI 등의 분야에서 ARM 기반 칩이 높은 소비전력 대비 성능과 효율을 발휘하면서 옛 영광도 한풀 꺾였다.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도 인텔은 그간 차세대 제조 공정이 수차례 도입이 지연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 그 결과 파운드리 분야에서 공정 기술면에서 앞선 TSMC나 삼성전자 등의 업체들에게도 뒤처졌다.

이에,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CPU 부문에서 라이벌인 ARM과의 협력은 파운드리 분야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인텔은 ARM 기반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에 자사의 제조 공장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ARM과의 협업을 통해 인텔 역시 자사의 반도체에 ARM의 IP를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모바일, IoT, AI 등의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인텔이 ARM 설계 디자인을 바탕으로 저전력 시스템온칩(SoC)을 제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면,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의 강력한 도전자로 떠오를 수 있다. 이미 인텔과 ARM은 과거 수차례 협력한 적이 있는 만큼 인텔은 ARM의 설계자산과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게 되고, ARM은 인텔 제조 기술과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인텔과 ARM의 협업은 미국 정부에도 도움이 된다. 양사가 협업을 통해 미국에 AI 시대를 위한 시스템 파운드리를 구축하면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공급망 안전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텔은 최근 네덜란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인 '하이NA EUV' 장비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인텔 파운드리는 빠르면 올해 내로 1.8나노미터급 공정을 도입하고 제품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물론, 인텔이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을 이끌어갈 역량을 보유했는지에 대해 다소 논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인텔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x86은 물론 ARM과 RISC-V 등 다양한 종류의 프로세서에 대한 IP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텔이 장래에 TSMC나 삼성전자보다 성능과 효율성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인텔이 자사 제품으로 상당한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고성능 컴퓨팅(HPC) 분야에서도 강점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인텔 파운드리는 올해부터 18A(옹스트롬·1.8나노미터) 공정을 양산할 예정이며, 2030년까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미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바탕으로 미국 정부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미국 현지 기업들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인텔과 MS의 관계는 함께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의 표준을 만들고 시장을 이끌어온 오랜 동반자이자 협력자다. 인텔의 CPU와 MS의 윈도우 운영체제가 PC 시장의 표준처럼 되면서 이를 ‘윈텔’이라고 부를 정도다. 지금도 PC 시장에서 양사의 개발 협력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그 범위를 PC용 AI 기술 및 AI 반도체 제조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시장은 인텔의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실제 양산과 상용화에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수율(반도체 양품 제조 비율)과 비용 등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 정부와 현지 기업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도 인텔의 강점 중 하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중인 반도체법 보조금 중 최종적으로 200억 달러의 규모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현재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 인텔이 첨단 공정과 공급망 확보에 속도를 낼 수록 삼성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는 데다, 주요 고객인 퀄컴 등이 인텔로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인 IC인사이트에 따르면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4%, 삼성전자가 20%, 인텔이 1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 역시 2030년까지 TSMC가 49%, 삼성전자가 18%, 인텔이 12%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