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는 올해 예산안에서 칩스 법을 시행하는 핵심 기관인 국립과학재단(NSF), 상무부, 에너지부의 관련 예산을 지난해에 비해 상당 폭으로 깎았다. 폴리티코는 “향후 10년에 걸쳐 200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굴욕적인 수준으로 예산 삭감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의회가 약속된 예산을 편성해 주지 않는 게 처음이 절대 아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산업 정책 기둥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NSF는 칩스 법에 따란 기술혁신파트너국(TIP)을 30년 만에 신설한다. TIP은 반도체, AI, 퀀텀 컴퓨팅, 생명 공학 분야를 비롯한 신기술을 실생활에 접목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할 예정이다. TIP은 지난해 말 과학 분야 발명을 기술 혁신으로 만들 수 있도록 향후 4년에 걸쳐 18개 대학에 1억 달러를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TIP이 예산 삭감으로 인해 이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NSF는 지역 R&D와 혁신 허브 구축을 위해 잠정적으로 16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고, 우선 종잣돈으로 1500만 달러를 배정받았다. 미 의회는 이 예산도 모두 삭감했다.
칩스 법은 에너지부 산하 과학국에 67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해 전국의 실험실을 업그레이드하고, 기초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하도록 했다. 이 법은 이를 위해 올해에만 95억 40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의회가 이를 82억 4000만 달러로 줄였다.
미 상무부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기술 허브 구축 지원 예산으로 100억 달러를 배정받게 돼 있다. 미 상무부는 이 프로그램 가동을 위해 지난해에 5억 달러를 받았고, 올여름까지 8개의 허브에 각각 7000만 달러씩 지원할 계획이었다. 의회는 각 허브 지원 예산을 4000만 달러로 줄였고, 추가로 허브를 추진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았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칩스 법 시행에 따라 미국과 외국의 반도체 관련 기업이 미 정부에 제출한 투자의향서가 600건이이 넘지만, 정부 보조금은 기업이 기대하는 액수의 절반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달 6일 미 싱크 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행사에서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고, 그들에게 원하는 지원금을 절반도 받아도 행운으로 생각하라고 말한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반도체 기업들이 신청한 정부 보조금 규모가 700억 달러 (약 93조 2400억 원)에 달하지만, 정부가 실제로 지원하는 금액은 280억 달러 (약 37조 296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