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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석유 국가들, 탈석유·전기차 시대 대비해 리튬에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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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석유 국가들, 탈석유·전기차 시대 대비해 리튬에 도전

2024년 1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공터 아람코 유전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4년 1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샤이바 공터 아람코 유전 모습. 사진=로이터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배터리 제조에 필수 광물인 리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를 다각화하고 전기차 시장을 활용하려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국가들이 리튬 사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8일(현지 시간)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UAE 국영 석유회사 애드녹(ADNOC)은 유전의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리튬 자원 개발 기술이나 경험은 많지 않지만, 리튬 추출(DLE) 기술을 사용해 염수에서 리튬을 직접 걸러내거나, 리튬 소재 전문기업과 협력·투자하고 있다.

또한, 자체 전기차 브랜드와 공장 건설을 하고 있으며, 전기차 허브로 자리매김하려고 한다.

두 나라는 석유 생산 현장에서 석유 염수 및 폐수를 처리하는 전문 지식을 활용하려고 하지만, 이 기술은 초기 단계이며 경제성은 석유보다 훨씬 불확실하다. 다만, 염수에서 초경량 배터리 금속을 여과하는 것의 장점은 호주와 칠레에서 사용되는 것처럼 비용이 많이 들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는 노천 광산이나 대형 증발 연못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새로운 부의 원천을 찾으려는 시도의 일환으로 전기차 허브로 전환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이 나라는 리튬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석유 의존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으로 리튬 산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람코의 리튬 사업계획은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석유 대체 에너지원으로서 리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의 리튬 수요국인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리튬 산업에 진입하려고 한다. 파트너는 중국의 롱쉥 석유화학다.

또한, 자체 전기차 브랜드 씨어(Ceer)를 출시하고 전기차 금속 공장을 건설했으며, 2030년까지 연간 5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람코는 리튬 채굴뿐 아니라, 리튬을 활용한 배터리 제조와 수소·암모니아 생산 등 저탄소 에너지 솔루션 개발에 관심이 있다. 한국, 일본 등과 블루수소 수출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수소 및 암모니아의 공급, 운송, 활용 및 인증을 위한 잠재 협력 기회 발굴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UAE 애드녹은 배터리 제조에 사용되기 때문에 많은 주요 경제국에서 핵심 광물로 간주되는 리튬을 추출하기 위한 작업의 초기 단계에 있다. 호주의 리튬 전문기업 리튬플러스(Lithium Plus)와 협력하고 있다. 리튬 직접 추출(DLE)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 기술은 염수에서 리튬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애드녹은 리튬 추출 프로젝트를 통해 UAE의 경제 다각화와 에너지 전환에 기여할 수 있으며, 전기차 시장에서의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동의 또 다른 석유 국가인 이란도 대규모 리튬 매장지를 발견하고 중동 최초의 리튬 시장 진출국이 되려고 한다. 이란은 리튬을 서방의 제재 해제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삼고 중국과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전기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필요한 리튬의 최대 가공국이자 소비국이기 때문에 협력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문제는 리튬 수요 부진이다. 주요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래 수요를 예상하여 새로운 리튬 공급을 찾고 있지만, 최근 전기차 신차 구매가 둔화되고, 리튬 가격 역시 급락하고 있다. 가격이 2022년 11월 고점 이후 약 80% 하락했다. 게다가 리튬을 적게 사용하거나 전혀 사용하지 않는 저렴한 배터리 기술 대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중동 국가들이 리튬 개발에 계속 투자하려는 것은 전기차 산업이 향후 몇 년 동안은 리튬에 의존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술력이다. 아람코와 애드녹은 염수에서 리튬을 추출하고 있지만, 농도 수준이 매우 낮을 수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여과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기술은 초기 단계이지만 나트륨, 마그네슘 및 미량의 리튬 등을 추출하고 있다.

한편, 중동 국가들의 리튬 사업 진출 성공은 기술 개발 속도, 생산 비용, 시장 경쟁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지만, 리튬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들은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으로서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있으며, 리튬 수요가 높은 중국과 같은 주요 시장과의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는 리튬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리튬 시장에서 역할이 강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석유 기업들의 리튬 사업 진출이 성공하면, 공급의 다양화와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리튬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공급 증가로 리튬 가격은 물론 전기차 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기차의 시장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