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르네사스, 역대 최고 수익 불구 임금 인상 연기…직원들의 불만 고조

공유
2

[초점] 르네사스, 역대 최고 수익 불구 임금 인상 연기…직원들의 불만 고조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
일본 반도체 기업 르네사스 일렉트로닉스는 2023년 12월 기준 연결 순이익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산업 기기용 반도체 판매 감소를 이유로 2023년 11월부터 정기 승급을 6개월 연기한다고 12일 밝혔다. 르네사스는 매년 4월에 정기 승급을 실시해 왔다.

르네사스는 정기 승급 연기 외에도 2023년 11월부터 국내외에서 약 200~300명의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역대 최대 이익을 달성한 상황에서 이례적인 인건비 삭감은 직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환원은 후순위로 미루어야 할까?"


지난 2월 르네사스 노동조합이 각 사업장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일정 수준의 이익을 달성하고 주주 환원이나 M&A(인수합병)도 진행하는데 왜 직원들에 대한 환원은 뒷전인가?"라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르네사스는 2월 15일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알티움을 2024년 하반기에 91억 호주달러(약 7조8773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2023년 12월 기준 연결 순이익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3370억 엔(약 2조992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기의 연간 배당금은 28엔(약 248원)으로, 전신인 2005년 3월기 이후 약 19년 만에 배당을 재개한다.

이번 노사 교섭은 2024년 2월 사측의 제안으로 시작되어 3월 초에 타결되었다. 정기 승급 연기는 2010년 4월 르네사스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사측은 인건비 절감으로 확보된 자금을 미래 투자 등에 투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르네사스 노조 간부는 "현재 어려운 반도체 시장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에 더 큰 성과를 거두어 직원들에게 나누어주기 위한 결정이다"고 정기 승습 연기 수용 이유를 설명했다.

국내와 해외를 합쳐 수백 명 규모의 인력 감축도 단행했다. 인력 감축은 시장 상황이 악화된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르네사스 홍보실은 인력 감축에 대해 "사업 우선순위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제한적인 규모로 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기 둔화 오산

르네사스가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2월 8일 실적 설명회에서 시바타 히데토시 사장은 "산업-인프라-IoT 사업 매출이 크게 감소하였고, 1~3분기에도 산업 기기의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3월에도 산업 기기의 조정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 기기의 회복은 2024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르네사스의 지난 분기 실적은 순이익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자회사 간 자금 관리 방식을 재검토하면서 부채 평가액이 줄어든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 본업의 수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한 3907억 엔(약 3조4694억 원)을 기록했다.

그 중에서도 산업-인프라 장비용은 2590억 엔(약 2조2999억 원)으로 22% 감소해 부진이 두드러졌다. 이 분야의 2023년 10~12월기 영업이익률은 30.4%로 전년 동기 대비 6.2%포인트 하락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산업 기기용이 많은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TI)의 2023년 12월 결산은 순이익이 26% 감소했다.

FA 관련은 반도체 이외도 어렵다. 오므론은 중국 사업 부진에 따라 국내외에서 총 2000명의 인력을 감축할 방침이다. 국내에서는 4월부터 5월 말까지 약 1000명의 희망퇴직을 모집한다.

대규모 인수로 인한 재무 악화


한편, 르네사스는 성장 투자에 적극적이다. 약 9000억 엔(약 7조9914억 원)을 투자하는 미국 알티움 인수 자금은 금융기관 차입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르네사스의 주가는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대규모 M&A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르네사스의 EBITDA(이자-세금-상각전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비율은 2023년 12월 결산 기준 0.4배였으나, 알티움 인수 후 2024년 하반기에는 2.1배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적정 수준인 1배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재무 부담 증가에 따라 전사적인 비용 절감 등 당분간 긴축 재정을 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르네사스 홍보부는 12일 "정기 승급 연기는 시장 상황 악화를 고려한 것으로 알티움 인수와는 무관하다"고 답했다.

사내에서는 성장 투자나 주주 중심의 경영을 추진하는 한편, 직원들이 소외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바타 회장은 주주뿐 아니라 직원들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구심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르네사스는 26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