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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폭등에 전 세계 '구리 도둑'도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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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폭등에 전 세계 '구리 도둑'도 기승

AI 등 수요 늘어나는데 '가뭄 남아공' 생산량 저하
美 LA 작년 6000건 절도 발생, 수리비용 235억원

공장 작업장 내 구리 금속 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공장 작업장 내 구리 금속 롤. 사진=로이터

구리 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적으로 구리 도난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 따르면, 5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장중 파운드당 4.2530달러를 기록해 한 달 새 8.26%가 올랐다. 또 런던금속거래소(LME)의 4월 1주차 구리 재고량은 11만3238t으로 전주 대비 1.7% 감소했다. 인공지능(AI)등의 수요 확대와 늘어나는 전력 소비, 전기차 등의 보급 등으로 수요가 폭증한 것에 더해 주요 생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크게 저하된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 각지에서 값어치가 늘어난 구리를 훔쳐가는 현상이 빗발치고 있다.

맥아더공원 동상, 100년 청동 가로등도 사라져


지난 12일(현지시각)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윌셔가에 위치한 맥아더공원의 신문배달부 동상이 발만 남긴 채 사라졌다. 범인은 정부 근로자로 위장한 전문 털이범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범죄자들은 동상의 발목 부분을 절단해 들고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난 9일 패서디나에선 100년이 넘은 청동 가로등이 다수 도난당한 바 있다. 1월 카슨에선 공동묘지 구리 명패 100개가 사라지기도 했다. 경찰은 범인이 훔쳐간 가로등을 현금화했을 때 하나당 400~500달러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뿐만이 아니다. 뉴질랜드에서 반구형 구조의 천문대 돔 구리 덮개를 모조리 뜯어가는 절도 사건도 있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구리로 만들어 진 유골함을 들고 도망가는 사건도 있었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도 고속도로 전력계통 장비 도난으로 밤시간대 가로등이 점등되지 않기도 했다. 베트남 교통운송부 탕롱사업관리위원회는 최근 판티엣-저우저이 고속도로에서 누군가 차단막을 해체하고 전기 장비와 지하에 매설된 길이 7.6km 구리 케이블을 훔쳐갔다고 발표했다. 피해액은 총 25억동(10.2만달러) 규모다. 이 대규모 털이범들은 조직적으로 흉기로 무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해 베트남 내 지역사회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처럼 구리선 절취 등의 사건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시설물이 파손돼 공공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시민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모두 구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발생된 일이다.

美 당국, 단속 강화 불구 "통제 불능 상황"


이렇게 연일 발생되는 구리 도난에 심각성을 느낀 각국도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미국 LA시의원들은 구리 절도 범죄를 막기 위해 테스크포스(TF) 구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LA 시의원들은 지난달 23일 6가길 다리 ‘리본 오브 라이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리 절도 행각을 막기 위해 TF 및 신고자 보상 시스템 구축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LA시원들은 LA경찰국(LAPD), LA시검찰, LA시가로등관리국(LABSL)과 함께 TF 구성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케빈 드레온 시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LA에서 6000건 이상의 구리 절도 사건이 보고됐다. 매일 20건에 가까운 구리 절도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수리비용만 1700만 달러(약 235억 4500만 원에 달한다”라며 “LA의 구리 절도 범죄는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지역 사회 뿐만 아니라 주 정부 당국의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다. 가장 많은 구리 도난이 발생하는 LA의 경우 이미 지난해부터 시검찰과 함께 수사 기관이 재활용 센터 등에 구리 매매와 관련한 업소 장부를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단속 강화 정책을 시행하는 등 대책 강화에 나섰고 당국이 구리선 절도 발생 지역 정보를 토대로 단속 강화 방침을 수차례 밝혔지만, 절도 행각이 늘고 있다는 점은 정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이용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iscrait@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