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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달러 '초강세'·中위안 '초약세' 심화...양국 통상 분쟁 격화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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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달러 '초강세'·中위안 '초약세' 심화...양국 통상 분쟁 격화 예고

킹달러 장기화 예고 속 위안화는 5개월 사이 최저치 하락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와 중국 위안화의 초약세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사진=AFP/연합이미지 확대보기
국제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의 초강세와 중국 위안화의 초약세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사진=AFP/연합
미국 달러화 초강세와 중국 위안화 초약세로 인해 미·중 양국 간 통상 분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의 탄탄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늦춤에 따라 '킹 달러' 시대가 2025년까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들어 달러 인덱스는 4.8% 상승했다. 이는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등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이와 정반대로 지난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올해 들어 지속해서 내려가다가 3월 중반 이후 급락세를 보인다. 달러화 가치는 7.18위안에서 7.25위안으로 올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9월까지 달러화 가치가 7.45위안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2007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간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3일(현지 시간) “현재 경제 펀더멘털을 보면 달러화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세계는 ‘달러 초강세 지정학’이라는 어려운 새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달러화 강세로 인해 미국의 수출품 가격은 오르고, 수입품 가격은 내려간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무역 적자 폭이 확대된다.

이 매체는 “미국에서 보호무역주의자들까지도 우방국의 통화 약세를 당분간 간과할지 모르나 중국에 대해서는 절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와 무역 보복 조처를 하고, 중국을 환율조작국 명단에 다시 올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강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한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것이고, 미국 정치인들이 이를 우려해 무역 분쟁이 격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 고문들이 달러를 평가절하해 미국 수출을 촉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 정부에서 일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런 방안을 트럼프 캠프 고문들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는 달러 약세를 통해 미국의 수출 가격을 낮추고, 무역 적자를 감소시키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직 킹 달러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킹 달러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 제조업 부활 정책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가 지적했다.

중국과 같은 대미 수출국은 킹 달러 수혜자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의 과잉 생산과 수출 문제를 핵심 이슈로 제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에서 값싼 제품이 밀려들면 미국의 제조업이 경쟁력을 상실한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값싼 전기차가 수입되기 시작하면 미국의 전기차 제조업체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우려한다. 미국 정치권은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수입을 원천 봉쇄하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한국·일본 등 우방국과는 원화와 엔화의 급락 사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지적했다. 한국·미국·일본 3국이 최근 달러화 대비 원화와 엔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17일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첫 3국 재무장관회의가 끝난 뒤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3국 재무장관들은 최근 원화와 엔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공동선언문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중국과는 환율 문제를 협의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중국에서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외환 유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3월에 중국에서 390억 달러의 외환 유출이 있었고, 이는 2016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25일에는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집계에 따르면 1분기 GDP 증가율 예비치는 연율 2.2%다. 지난해 4분기 GDP 증가율 확정치는 연율 3.4%였다. 중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5.3%를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