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 독보적 기술로 시장점유율 확대

공유
0

[초점]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 독보적 기술로 시장점유율 확대

레조낙·세키스 등 반도체 고성능화 뒷받침하는 혁신기술 선봬

반도체의 기판이 되는 전자회로가 새겨진 웨이퍼.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의 기판이 되는 전자회로가 새겨진 웨이퍼.
일본 반도체 소재업체들이 독보적인 기술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레조낙홀딩스(HD)와 세키스이화학공업은 각각 반도체 고성능화에 기여하는 신소재를 개발했다. 반도체 산업은 설계, 소재, 제조 장비, 제조 등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재는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매우 높은 분야다.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각사는 기술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레조낙은 반도체용 패키지 기판에 전기와 정보를 전달하는 배선을 그리는 '감광성 필름' 신소재를 개발했다. 회로 형성을 위한 필름의 선폭을 기존 10~20마이크로미터에서 1마이크로미터로 줄였다. 배선의 미세화, 고밀도화로 이어져 전달할 수 있는 정보량을 크게 늘릴 수 있으며, 2024년 내 고객에게 제안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레조낙은 세계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반도체용 소재를 8종 정도 보유하고 있다. 웨이퍼에 회로를 그리는 전 공정과 조립 등 후공정용 소재를 모두 전개하고 있다. 특히 감광성 필름과 같은 후공정 소재는 향후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키스이화학공업은 칩을 밀봉하는 공정의 일부를 생략할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했다. 반도체 칩과 인쇄기판을 접착하는 수지 소재로 배합 기술 등을 발전시켜 봉지 기능을 갖췄다.

접착 후 수지를 충진하고 밀봉하는 공정이 생략된다. 이 공정에 필요한 칩 주변 공간도 필요 없어지는데, 10cm 크기의 기판의 경우 사용 면적이 25% 정도 줄어들기 때문에 새로운 여유 공간에 여러 개의 칩을 탑재하면 기능을 고도화할 수 있다.

일본 소재 업체들의 적극 투자, 끊임없는 기술 혁신


소재업체를 중심으로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용 소재 개발 및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접착제 전문 기업 린텍은 반도체 회로 원판을 보호하는 막인 '페리클'용으로 회로 폭이 미세한 반도체를 제조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딜 수 있는 신소재를 개발했고, AGC는 회로의 다층화에 필요한 절연 필름을 개발하여 사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쓰이화학은 나고야시 공장 내에 있는 반도체 관련 연구 거점을 약 30억 엔을 들여 리뉴얼한다. 이 공장에서는 후공정에서 사용되는 특수 수지 테이프를 생산하고 있다. 성능 평가 설비 등을 집중-확충하는 한편, 고객과 함께 신소재를 만드는 노력에 힘을 쏟는다.

일본 기업, 반도체 소재 시장 지배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 기업의 존재감은 계층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주류 설계 개발-제조는 1988년경 세계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설계 개발에 특화된 팹리스 기업과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 기업의 부상이라는 국제적인 변화에 뒤처져 쇠퇴하고 있다. 현재는 거의 존재감이 없다.

반면 업스트림 소재에서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노무라증권이 조사한 2022년 소재별 매출액 기준 점유율은 회로를 미세화하는 데 필요한 'EUV 마스크 블랭크'에서 호야(HOYA)와 AGC 두 회사가 100%를 차지한다.

회로를 형성할 때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감광재)는 JSR, 도쿄응화공업 등 일본 기업 5개사가 91%. 주로 전 공정에서 사용하는 연마제인 'CMP 슬러리'는 후지필름 HD 등 일본 기업 3사가 48%. 모두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2014년 말 추정치에 비해 10%포인트 이상 비율이 높아졌다.

반도체 웨이퍼의 세계 생산능력 점유율은 신에쓰화학과 SUMCO 두 회사가 약 50%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 등 해외 업체들이 힘을 키우고 있지만,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 첨단 제품용 웨이퍼는 2개 업체만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조사기관 옴디아는 주요 6개 품목(실리콘 웨이퍼, 포토마스크, 마스크 블랭크, 레지스트, CMP 슬러리, 타겟 재료)의 판매액 점유율을 계산한 결과, 2022년 일본이 약 50%로, 2위 대만(17%)과 3위 한국(1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소재 우위의 이유


소재 하나하나의 시장 규모는 작지만, 대체적으로 일본 기업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이 주류 설계 개발 및 제조를 주도하던 시절에 쌓은 기술력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화학 분야는 특정 기업 외에는 만드는 방법이나 성능을 높이는 방법을 모르는 '암묵지'가 많아 진입장벽이 높다.

또한 일본 기업은 고객과의 교류를 통해 기능성과 비용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에 능숙하다. 첨단 제품일수록 이 능력이 빛을 발한다.

하지만 일본 소재의 우위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후지경제에 따르면 반도체용 소재의 시장 규모는 2023년 전망으로 465억 달러(약 7조 엔)이며, 27년에는 586억 달러(약 64조351억 원)가 될 전망이다. 해외 업체들이 성장 시장에 공세를 펼치는 상황이 예상된다.

국제적인 경쟁 격화를 염두에 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소재 대기업 JSR은 지난 4월 16일 성사된 TOB(주식 공개매수)로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기구(JIC)의 품에 안겼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 재편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반도체의 전략물자로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일본은 민관합동으로 반도체 본류 재부흥에 나서고 있다. 대만 TSMC의 구마모토현 신공장과 라피더스의 최첨단 반도체 양산 프로젝트 등이 시작됐다. 반도체 소재 기업들은 정부를 등에 업고 일본에 견고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