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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반도체 곧 침체"…엔비디아 주가 급등에도 장비주는 '주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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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반도체 곧 침체"…엔비디아 주가 급등에도 장비주는 '주춤'

지난 5일 대만 타이페이의 컴퓨텍스에서 한 사람이 엔비디아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5일 대만 타이페이의 컴퓨텍스에서 한 사람이 엔비디아 로고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세계 1위에 올랐지만, 도쿄일렉트론(TEL)과 어드반테스트(ADVANTEST) 등 반도체 제조 장비 주가는 큰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엘리엇은 미국의 아날로그 반도체 대기업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핵심 주장은 과잉 투자에 대한 경고다. 공장 건물은 짓되 고가의 제조 장비 구매와 설치는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지난 5월 28일 25억 달러(약 3조4500억 원) 이상의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사회에 설비 투자 계획 재검토를 요구했다. 엘리엇은 "곧 반도체 시장이 침체될 수 있으니 과도한 설비 투자를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는 2022년까지 매년 50억 달러(약 6조9000억 원)를 투자해 2026년까지 생산 능력을 2022년의 약 3배인 30억 달러(약 4조1400억 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설비 투자 규모는 연평균 6억5000만 달러(매출액의 5%)에 불과했다.
엘리엇은 텍사스 인스트루먼트가 2026년 생산 능력을 300억 달러(약 41조4500억 원)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이는 시장 수요 전망에 비해 50% 이상 초과 생산 능력을 갖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엘리엇은 자신들이 직접 수립한 '다이내믹 캐파시티 전략'이라는 경영 계획을 도입하면 2026년에는 주당 순현금흐름(FCFPS)이 9달러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는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40% 상회하는 수준이다.

엘리엇은 2026년 매출을 시장 컨센서스와 동일한 200억 달러(약 27조6300억 원)로 설정하고, 설비 투자를 줄이는 플랜 A와 점유율을 확대해 매출을 230억 달러(약 31조7800억 원)로 늘리는 플랜 B를 제시했다. 기존 설비 투자(연간 50억 달러)를 지속할 경우 매출이 시장 컨센서스대로라면 2026년 FCFPS는 6.55달러로 예상되지만, 플랜 A에 따라 설비 투자를 27억5000만 달러(약 3조8000억 원)로 줄이면 9.01달러로 증가한다. 플랜 B는 매출액을 230억 달러(31조7800억 원)로 늘리고 EBIT 마진(이자 및 세전 이익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42%(시장 컨센서스 40%)로 끌어올리면 50억 달러(약 6조9100억 원)의 설비 투자를 지속해도 FCFPS는 9.01달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은 사실상 설비 투자를 줄이는 플랜 A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우려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미국, 독일 등의 보조금 정책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반도체 설비 투자는 크게 늘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브로드컴 등 인공지능(AI) 관련 업체들의 예상 주당 잉여현금흐름은 크게 증가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 주가지수(SOX)는 작년 말 대비 감소했고, 예상 주당순이익(EPS)도 감소하고 있다. 예상 PER(주가수익비율)은 약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엘리엇의 경고는 반도체 시황 전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도체 산업의 슈퍼 사이클이 끝나고 곧 침체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과잉 투자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