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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트럼프의 미국 못 믿겠다"…나토 최북단 노르웨이, 韓 '천무'로 러시아 핵기지 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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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못 믿겠다"…나토 최북단 노르웨이, 韓 '천무'로 러시아 핵기지 조준

사거리 500km 미사일 탑재한 천무, 러시아 콜라 반도 핵잠수함 기지 사정권에 둬
미국산 하이마스·독일산 PULS 제치고 노르웨이·에스토니아 연달아 수주
"납기 지연과 정치적 불확실성 커진 미국 대신 한국산 무기가 대안" 유럽의 각성
2023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 공장에서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이 시연되고 있는 모습. 사거리 500km의 전술탄도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춘 천무는 최근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 등 나토 최전방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미국산 하이마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3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 공장에서 K239 천무 다연장로켓 시스템이 시연되고 있는 모습. 사거리 500km의 전술탄도미사일 운용 능력을 갖춘 천무는 최근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 등 나토 최전방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미국산 하이마스의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했다. 로이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최북단 방어선인 노르웨이 핀마크(Finnmark) 지역. 삭막하지만 장엄한 이곳의 설원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설 새로운 방패로 한국산 무기를 선택했다. 유럽 안보의 최전선이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국 방위산업의 '신뢰성'과 '초격차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 닛케이 아시아는 17일(현지 시각) '유럽 나토 회원국들, 한화의 장거리 포병 전력으로 선회하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유럽 국가들이 한국을 미국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심장부를 겨누는 500km의 창


이번 보도에서 가장 주목되는 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연장로켓(MLRS) K239 '천무'가 가진 전략적 타격 능력이다. 노르웨이는 러시아 국경 너머 500km 깊숙이 위치한 병참 허브, 지휘 본부, 방공망을 타격하기 위해 천무 도입을 결정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시몬 웨즈먼 선임연구원은 "노르웨이의 천무 선택이 갖는 진짜 의미는 500km급 정밀 유도탄이 러시아 콜라 반도(Kola peninsula) 전체를 타격권에 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콜라 반도는 러시아 북해함대의 모항이자 전략 핵잠수함과 폭격기 기지가 밀집한 러시아 군사력의 심장부다.

군사 전문가들은 천무가 미국산 하이마스(HIMARS, 사거리 약 300km)나 이스라엘-독일 합작의 PULS 시스템보다 사거리가 길어, 유럽이 보유한 지상 기반 포병 전력 중 가장 강력한 장거리 타격 수단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흔들리는 동맹, 떠오르는 K-방산


천무의 연이은 유럽 수주 성공 배경에는 '트럼프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닛케이는 유럽 국가들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매입을 거듭 주장하는 등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미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무기 공급국'으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르웨이 수주전에서 한화는 독일의 KNDS와 라인메탈, 미국의 록히드마틴 등 전통의 강호들을 모두 제쳤다. 에스토니아 역시 튀르키예의 로켓산(Roketsan)과 이스라엘의 엘빗(Elbit) 시스템을 제치고 천무를 선택했다.

독일 연방군 고위 장교 출신인 로데리히 키제베터 기민당(CDU) 의원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규칙 기반 질서를 지키는 다른 나라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라며 "한국은 매우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폴란드에 K2 전차를 조기 납품하며 보여준 한국 방산의 '속도'와 '신뢰'가 유럽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폴란드-노르웨이-에스토니아로 이어지는 '천무 벨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폴란드와 72대(약 16억 달러), 노르웨이와 16대(약 9억 2200만 달러), 에스토니아와 미공개 수량(약 2억 9800만 달러)의 천무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내 입지를 굳혔다.

특히 폴란드에 구축되는 천무 생산 및 정비 허브는 향후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는 물론, 잠재적인 유럽 구매국들을 지원하는 핵심 거점이 될 전망이다. 에스토니아 국방투자센터(ECDI) 관계자는 "천무가 훈련과 군수지원 측면에서 미군의 하이마스와 호환성이 높다는 점도 중요한 결정 요인"이라고 밝혔다.

또한 한화는 에스토니아 계약 조건에 따라 계약금의 20%를 현지 방위산업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이미 에스토니아의 밀렘 로보틱스(Milrem Robotics)와 로봇 전투 차량 개발 협력을 시작하는 등, 단순 판매를 넘어선 기술 동맹으로 관계를 격상시키고 있다.

미국이 정치적 혼란과 생산 능력 부족으로 주춤하는 사이, 한국의 명품 무기들이 유럽의 안보 공백을 메우며 '자유 진영의 무기고'로서 그 위상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