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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F-35의 대안인가, 전략적 지렛대인가'…UAE, 韓 KF-21 공동 개발 파트너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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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의 대안인가, 전략적 지렛대인가'…UAE, 韓 KF-21 공동 개발 파트너 급부상

워싱턴과 F-35 협상 교착 4년…"KF-21 공동 개발·생산·수출까지 포괄적 협력 논의"
라팔·F-16 운용하는 UAE, 단순 구매 넘어선 '항공산업 파트너십' 원해
韓, 인니 리스크 털고 중동 큰손 잡나…"150억 달러 경제 효과 기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F-35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UAE는 KF-21 공동 개발 및 생산 파트너십을 통해 자국 항공 산업 육성과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이미지 확대보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 중인 KF-21 '보라매' 전투기가 시험 비행을 하고 있다. 미국과의 F-35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UAE는 KF-21 공동 개발 및 생산 파트너십을 통해 자국 항공 산업 육성과 전략적 자율성 확보를 꾀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중동의 군사 강국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새로운 공동 개발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과의 5세대 스텔스기 F-35 도입 협상이 4년째 제자리걸음을 걷자, UAE가 한국과 손잡고 독자적인 항공우주 산업 역량을 키우는 '전략적 헤징(Strategic Hedge)'에 나선 것이다.

걸프 지역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걸프 인터내셔널 포럼(Gulf International Forum)'은 17일(현지 시각) 프란체스코 살레시오 스키아비(Francesco Salesio Schiavi) 연구원의 기고문을 통해, UAE가 한국과 KF-21을 매개로 단순한 무기 구매를 넘어선 포괄적인 방산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심층 분석했다.

후방석에 오른 UAE 차관, 그리고 150억 달러의 잭팟


지난여름, 이브라힘 나세르 모하메드 알 알라위 UAE 국방차관이 사천 공군기지에서 KF-21 시제기 후방석에 탑승해 '우정 비행'을 마친 것은 단순한 시승 행사가 아니었다. 기고문에 따르면,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아부다비 방문 당시 양국은 KF-21의 공동 개발, 현지 조립, 미래 파생형 공동 수출까지 포함하는 '가치 사슬(Value-chain) 파트너십'을 논의했다.
이는 지난 4월 체결된 '포괄적 협력 의향서(LOI)'를 구체화하는 것으로,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 모델이 성사될 경우 한국 기업들에 150억 달러(약 20조 원) 이상의 장기적인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미납과 기술 유출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던 한국 입장에서, 자금력과 정치적 영향력을 겸비한 UAE는 KF-21 프로그램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프로젝트'로 격상시킬 최적의 파트너다.

UAE의 셈법…"F-35 못 산다면, 만들어서라도 갖겠다"


UAE가 KF-21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이미 F-16 블록 60과 라팔 F4 등 최신형 4.5세대 전투기를 다수 보유한 UAE에게 KF-21은 당장 급한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대신 그들은 F-35 도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 항공 전력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개량할 수 있는 '산업적 주권'을 원한다.

기고문은 "서방의 전통적인 공급국들과 달리 한국은 거버넌스, 업무 분담, 현지화에 있어 훨씬 더 큰 유연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UAE는 KF-21 블록 III나 KF-21EX(스텔스 강화형)와 같은 미래 파생형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유무인 복합체계(MUM-T)와 같은 차세대 기술을 확보하고 자국 방위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견제와 기술 통제.…넘어야 할 산은 여전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KF-21의 심장인 제너럴일렉트릭(GE) F414 엔진을 비롯해 주요 항전 장비가 미국산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최대 변수다. UAE가 중국과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미국이 KF-21의 대(對)UAE 기술 이전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KF-21이 아직 개발 완료 단계가 아니라는 점, 인도네시아와의 잡음 등 프로그램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도 UAE가 신중하게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AE의 행보는 걸프 지역 방산 트렌드의 거대한 전환을 보여준다. 일방적인 무기 수입국에서 벗어나, 기술과 생산 능력을 공유하는 동등한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KF-21은 바로 그 지점에서 UAE의 야망과 한국의 수출 목표가 교차하는 전략적 접점이 되고 있다.


김정훈 기자 kjh77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