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투자신탁운용사와 자산운용사의 해외 주식·펀드 순매수액은 6조1639억 엔(약 52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매달 1조 엔(약 8조 원)씩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같은 기간 무역적자 규모인 4조 엔(약 34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러한 해외 투자 쏠림 현상은 엔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엔화를 팔고 달러 등 외화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이다. 특히 NISA 계좌를 통한 해외 투자가 급증하면서 엔화 매도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NISA는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로, 장기 투자를 유도해 해외 자금 유출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엔화 약세는 수출 기업에는 호재지만, 수입 물가 상승을 부추겨 가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일본은 원유 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엔화 약세는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올해 1~5월 무역적자는 3조4540억 엔(약 29조 원)에 달하며, 6월까지 합치면 3조8307억 엔(약 32조 원)으로 투자신탁을 통한 해외 자금 유출 규모를 넘어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물가 현상도 엔화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가을 이후 2%를 웃돌고 있으며, 5월 현재도 2.1%로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상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적금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를 막기 위해 국내 금융 상품의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업의 수익성 및 자본 효율성을 개선하고, 국내 투자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엔화 가치 회복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