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채 보유액 7590억 달러로 줄어... 美 무역전쟁 확대 대비 '선제적' 자산 다각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 2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중국은 달러 자산 노출을 줄이기 위해 금 매입을 늘리고 미국 국채를 대체할 다양한 자산으로 자산 구성을 바꾸는 전략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일 백악관에서 모든 중국 수입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이후 더욱 주목받고 있다. 관세율은 이후 145%로 올랐으며, 미국의 다른 무역 상대국에 대한 "호혜적" 관세를 90일 동안 중단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완화되지 않았다.
◇ 국채 대신 금 매입 늘려... 준비금 다각화 전략 본격화
중국 정부는 미국 국채를 줄이는 대신 금 보유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3년 동안 거의 늘지 않았던 중국의 금 보유량은 2022년 말 이후 18% 급격히 늘었다. 현재 금은 중국 전체 외환보유고의 약 6%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몇 년 전 2%에 불과했던 것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HSBC의 수석 귀금속 분석가인 제임스 스틸은 "중앙은행이 금을 소유하려는 이유는 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라며, 중국 중앙은행이 "조용하고 별다른 이슈 없이" 금을 매입해 "정확히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달러 표시 자산 구성을 바꾸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빨라졌다. 중국 관리들은 러시아의 해외 달러 자산이 서방 국가들에 의해 얼마나 쉽게 묶이는지를 보았고, 미국과의 심각한 충돌이 벌어질 경우 중국의 훨씬 더 큰 보유고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칭화대학교의 판 리우와 장웨이완 교수는 2024년 연구 논문에서 모스크바의 해외 자산 동결은 "미국이 달러 기반 국제 체제를 통해 휘두르는 금융 지배력을 극명하게 상기시켜준다"며 "중국에 준 교훈은 명확하다"고 경고했다.
◇ 에이전시 채권 매입 늘리고 민간 시장 투자 줄여
중국의 새로운 투자 전략 중 하나는 미국 주택금융공사인 패니메이(Fannie Mae)와 같은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기관들이 발행하는 채권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런 정부 지원 기관 채권은 '에이전시 본드'라 불리며, 이들 채권은 국채와 비슷한 신용 등급을 제공하지만, 수익률이 약간 더 높다. 미국 외교협회의 선임연구원 브래드 세서는 "분명히, 에이전시들은 미국 시장에서 국채를 대체할 수 있는 확실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중국은 해외 민간 투자를 재조정하고 있다. 뉴욕에 본사를 둔 로즈우드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중국은 사모펀드,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센터와 같은 기반 시설 등 수익률이 높은 미국 자산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최근 로즈우드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연계된 자본에 대한 미국 내 감시가 강화되는 가운데 회사가 기술 부문 투자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은행의 주란 부총재는 최근 브리핑에서 중국의 투자 자산은 이미 효과적으로 다각화되어 있으며 "단일 시장이나 단일 자산의 변동이 중국의 외환보유고에 미치는 영향은 일반적으로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사회과학원의 선임연구원인 양판판과 쉬치위안은 지난달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국채는 더 이상 안전한 투자처라고 자동으로 간주할 수 없게 됐다"며 "안전자산으로서의 미국 국채 시대는 끝났으니, 우리 보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다각화 시도에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일본, 영국, 독일 국채와 같은 대체 자산조차도 미국 국채시장의 방대한 유동성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코넬 대학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이 전략은 단순히 양질의 대체 자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에도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이제 미국 국채 의존도를 무시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판단해 비달러 자산 탐색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베이징에 본부를 둔 중국의 외환보유고 관리 분야 정부 자문역은 "우리는 다른 나라의 채권에 투자해 일부 수익률을 희생할 수 있다"면서도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커진다면, 미국 국채를 고집하는 것은 우리가 모든 투자금을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