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코일의 억만장자 바기트 알렉페로프, 배당금 2조9200억원으로 1위

블룸버그 통신이 기업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소 12명의 러시아 재벌이 올해 1분기까지 1조 루블(약 15조 원)이 넘는 배당금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 전체 국방 예산의 10%에 달하는 액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현재 3년째인 전쟁으로 인해 제재를 받은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배당금 1위는 석유 대기업 루코일의 대주주이자 전 사장인 바기트 알렉페로프로, 혼자서 1860억 루블(약 2조9200억 원)을 챙겼다. 알렉페로프는 영국과 호주 제재 명단에 올랐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제재는 피해갔다.
뒤이어 철강 재벌 세베르스탈의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와 노볼리페츠크 스틸의 블라디미르 리신이 각각 1480억 루블(약 2조3200억 원), 1210억 루블(약 1조9000억 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모르다쇼프는 미국, 영국, 유럽연합 제재 대상이지만, 리신은 아직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예상보다 선방하면서 기업들이 배당금 지급을 재개하거나 늘린 덕분이다. 러시아 정부가 전쟁 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에 나선 것도 기업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특히 국제 유가 상승과 중국, 인도 등 제재에 동참하지 않은 국가들로의 수출 증가는 에너지 기업들의 배당금 잔치를 더욱 부추겼다. 가스프롬 네프트, 스베르방크 등 국영 기업들은 전쟁 중에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배당금 지급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재벌들은 배당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에 빠졌다. 서방 제재로 해외 투자가 막힌 상황에서 국내 투자처는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매크로 어드바이저리 리미티드(Macro-Advisory Ltd)의 크리스 위퍼 최고경영자는 "러시아 경제는 올해 하반기와 2025년에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정부가 증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재벌들은 당장 쓸 곳 없는 배당금을 은행 예금에 넣어두고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다.
노정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noj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