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업 르네상스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CHIPS와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대규모 정부 지원책 시행 2년차를 맞아 첨단 산업 중심의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 규모는 최소 9억 달러에서 최대 45억 달러에 이른다. 대표적으로 제약회사 엘리 릴리의 45억 달러 규모의 첨단 의약품 제조를 위한 혁신적인 생산 시설 프로젝트, 나트론 에너지의 14억 달러 규모 나트륨 이온 배터리 공장, SK하이닉스의 40억 달러 규모 칩 패키징 공장 건설 계획 등이 있다.
이러한 대규모 투자는 미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 효과와 함께 관련 산업의 공급망 전반에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청정에너지, 반도체, 바이오제약 등 미래 성장 동력 산업에서 미국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주목할 점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가장 많은 해외직접투자(FDI)를 한 국가가 한국이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미국의 강력한 정책적 인센티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해외 투자는 국내 투자 위축과 첨단 제조업 분야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서학개미' 현상으로 대변되는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증가와 맞물려 장기적으로 한국 자본 시장의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의 대응 방안으로 여러 구체적인 제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우선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이 시급하다. 규제 완화와 세제 혜택 확대 등을 통해 기업들의 국내 투자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혁신 생태계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여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글로벌 가치사슬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핵심은 인재 양성과 유치에 있다. 첨단 산업 분야의 전문인력 육성을 강화하고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 투자를 통해 얻은 기술과 노하우가 국내로 이전될 수 있는 기술 환류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러한 종합적인 접근을 통해 한국은 글로벌 제조업 변화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와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는 한국 경제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 경제가 어떻게 균형을 잡고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