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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 북한 IT 인력의 미국 기업 사칭 취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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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부, 북한 IT 인력의 미국 기업 사칭 취업 적발

제재 회피 조직으로 돈벌이, AI 악용 수법도 드러나
2023년 7월 19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북한 깃발 앞에 컴퓨터를 가진 사람들의 미니어처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7월 19일에 촬영된 이 사진에서 북한 깃발 앞에 컴퓨터를 가진 사람들의 미니어처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 법무부가 24일(현지 시각) 북한 IT 인력이 미국인으로 위장해 미국 기업에 취업하고 핵무기 개발 자금을 조달한 조직을 적발했다. 법무부는 미국인 2명을 포함한 5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 기소장은 미국인 에릭 은테레제 프린스와 엠마누엘 아슈토르가 2018년 4월부터 2024년 8월까지 북한 IT 인력의 미국 기업 취업을 도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인의 신분을 도용하고 가짜 여권을 제작했으며, 가상사설망(VPN)으로 컴퓨터 위치를 속여 원격 근무 채용 과정을 통과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이들은 64개 미국 기업에서 일자리를 확보했고, 10개 기업에서만 86만 6255달러(약 12억 4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연방수사국(FBI)과 국무부, 재무부 합동 조사에서 북한 IT 인력 1명이 연간 최대 30만 달러(약 4억 3000만 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났다고 같은 날 악시오스가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이 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조직이 북한 정권의 탄도 미사일과 무기 생산 프로그램을 감독하는 군수공업국과 연계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프린스와 아슈토르가 회사 지급 노트북에 불법 원격 접속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북한 인력의 접속을 도왔고, 이들의 급여를 북한으로 송금했다고 설명했다.

사이버보안 업체 프루프포인트의 그렉 레스네비치 선임 위협 연구원은 지난 2024년 5월 21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며 "전 세계에서 더 큰 규모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버라도 폴리시 액셀러레이터의 드미트리 알페로비치 회장은 2024년 5월 초 액셀러레이터 서밋 패널 토론에서 "북한 IT 인력이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신뢰할 만한 이력서를 쉽게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북한 인력이 아마존과 메타 근무 경력을 위조해 면접과 기술 테스트를 통과했다"며 "화상 면접으로는 지원자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 IT 인력의 자금 조달 규모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구글의 위협 인텔리전스 부서 맨디언트(Mandiant)는 2020년 10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3년간 북한 IT 조직 'UNC5267'이 680만 달러(약 97억 40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추정했다. 더 디플로맷은 지난 2024년 5월 21일 “북한 정부가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의 최대 90%를 가져가며, 이는 연간 수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미 법무부는 2023년 5월 북한 IT 인력 300여 명의 미국 기업 취업을 도운 다른 조직도 적발했다. 당시 애리조나주 여성 등 5명이 기소됐으며, 이들은 항공우주 제조업체와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을 포함한 포춘 500대 기업 300곳 이상에 침투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는 이번에 기소된 5명 중 3명을 체포했으며, 나머지 2명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