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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석면의 유혹에 빠지다...'침묵의 살인자' 위험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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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석면의 유혹에 빠지다...'침묵의 살인자' 위험 외면

세계적인 석면 규제 강화에도 인도는 '최대 소비국’
값싼 가격, 편리한 사용...건설·제조 현장에서 석면 여전히 '인기'
인도 뭄바이의 주거용 건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인도 뭄바이의 주거용 건물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 사진=로이터
인도가 '침묵의 살인자' 석면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석면은 내열성, 절연성, 내구성이 뛰어나 건축, 제조, 화학 등 다양한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러 석면은 폐암, 석면폐증, 중피종 등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일본 경제신문 닛케이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석면 사용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규제하는 추세에도 인도는 여전히 석면 최대 소비국으로 남아있다고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국, 유럽연합(EU) 등 70여 개 국가는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했지만, 인도는 석면 채굴만 금지했을 뿐 수입과 사용에는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인도에서 석면이 여전히 인기 있는 이유는 값싼 가격과 편리한 사용 때문이다. 석면은 다른 건축 자재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건설 현장에서 널리 사용된다. 또한, 제조, 화학, 자동차 등 다양한 산업에서도 석면이 포함된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급속한 경제 성장과 도시화를 겪고 있는 인도에서는 건설 경기가 활황을 맞으면서 석면 수요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인도의 건설 부문은 700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하는 중요한 산업이며, 석면은 건설 현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자재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인도의 석면 사용 실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석면 관련 질병의 잠복기는 수십 년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 인도의 석면 사용량을 고려할 때 미래에 석면 관련 질병 환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뭄바이 타타 사회과학연구소는 인도에서 매년 600만 명 이상이 석면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 중 60만 명 이상이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 정부는 석면의 위험성을 인지하면서도 '상업적 이익' 때문에 석면 규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22년 인도 하원에서는 석면 사용 금지 법안이 발의되었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인도는 석면 규제를 둘러싼 '건강 vs 이익'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석면 규제는 국민 건강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하지만 석면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인도 정부가 석면의 위험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석면 규제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인도 반석면 네트워크의 고팔 크리슈나 공동설립자는 "석면은 단순한 무역 문제가 아니라 공중보건과 환경 모두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면서 "인도 정부는 너무 늦기 전에 석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