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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총자산 사상 최대 기록 불구 경제 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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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총자산 사상 최대 기록 불구 경제 격차 심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흑인 자산 비중 3.4%로 2017년 대비 하락
흑인 총자산은 5조4000억 달러 기록
2023년 12월 25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상품을 팔기 위해 카트를 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2023년 12월 25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 남성이 상품을 팔기 위해 카트를 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 흑인들의 총자산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음에도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최근 발표한 자료는 인종 간 경제 격차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악시오스(Axios)는 18일(현지시각) "미국 흑인들의 절대적 자산 규모는 사상 최대인 5조4000억 달러를 기록했지만,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2024년 연초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인종 구성은 백인이 76.5%로 가장 많고, 히스패닉 18.8%, 흑인 12.8%, 아시아계 6.9% 순이었다. FRB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전체 자산 규모는 158조8235억 달러에 달했다. 이 중 전체 인구의 12.8%를 차지하는 흑인들이 보유한 자산은 5조4000억 달러로, 전체 자산의 3.4%에 그쳤다. 이는 2017년의 4.7%에서 오히려 하락한 수치다. 반면 인구의 76.5%를 차지하는 백인은 국가 전체 자산의 84%(133조4117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주식시장에서도 격차는 뚜렷했다. 2024년 3분기 기준 흑인들의 주식과 뮤추얼펀드 보유액은 3130억 달러로 7년간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백인들의 주식시장 자산은 41조 달러로 91% 증가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자료에 따르면 흑인 가구는 다른 인종에 비해 은행 계좌 보유율도 낮았다. FDIC는 "최근 개선 추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 흑인 가구가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FDIC는 "캐시앱(Cash App) 등 대체 금융 서비스 이용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업 소유 현황에서도 격차가 확인됐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연례 사업체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체 사업체 중 흑인 소유 기업 비중은 3.31%였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 2.16%에서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흑인 소유 기업은 57% 성장해 전체 기업 성장률 2%를 크게 웃돌았다.

고용 부문에서는 공공과 민간의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23년 기준 연방정부 근로자 중 흑인 비중은 19.0%로 민간 부문의 11.1%보다 높았다. 반면 백인은 연방정부 53.3%, 민간 부문 56.8%를 각각 기록했다. 히스패닉은 연방정부 14.3%, 민간 부문 20.5%였으며, 아시아계는 양 부문 모두 6.8%를 기록했다.

실업률 격차도 지역별로 큰 편차를 보였다. 2024년 3분기 기준 흑인과 전체 실업률의 차이는 2.2%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985년 약 9%포인트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개선된 수치지만, 켄터키주의 경우 여전히 높은 격차를 보였다. 동북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격차가 관찰됐다.

가계 소득과 주택 보유에서도 격차는 여전했다. 흑인 가정의 2023년 중간 가계 소득은 백인 가정의 2014년 소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해 약 10년의 격차를 보였다. 주택 소유율에서도 흑인과 백인 가구 간 격차는 여전했다. 주택 소유가 중산층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라는 점에서 이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악시오스는 "주택이 미국인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 축적 수단이자 세대 간 부의 이전 통로라는 점에서, 이러한 격차가 장기적으로 인종 간 경제적 불평등을 고착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의료 부문의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흑인 성인 8명 중 1명꼴로 의료 부채를 안고 있었다. 의료 부채는 소비자 파산 5건 중 약 3건, 전체 채권 추심의 약 절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흑인 커뮤니티의 모성 사망률은 다른 인종 집단보다 훨씬 높았으며, 다른 집단의 사망률이 감소하는 동안에도 증가세를 보였다.

교육 부문에서도 격차는 여전했다. 2021-2022 학년도 전체 학사 학위 중 흑인 학생 비중은 10.4%로, 2012-2013 학년도의 10.8%에서 오히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계 학생 비중은 7%에서 8.9%로, 히스패닉 학생은 10.5%에서 17%로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미국 흑인들의 경제적 지위는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음에도, 자산과 소득, 교육, 의료 등 주요 경제·사회 지표에서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체 자산의 3.4%에 불과한 자산 비중은 2017년 4.7%에서 오히려 감소해, 인종 간 경제적 격차 해소가 쉽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음을 보여줬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