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변속기 등 200여 품목 대상…중대형 트럭 확대 검토
미국 생산차 부품 수입률 50% 넘어…닛산·벤츠 등 직격탄
미국 생산차 부품 수입률 50% 넘어…닛산·벤츠 등 직격탄

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동부 시간 3일 0시 1분부터 자동차 부품에 25% 추가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수입 자동차 본체에 추가 관세를 매긴 뒤 나온 조치다.
◇ 200개 넘는 부품 대상…추가 확대 가능성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통지와 연방 관보를 보면, 이번 추가 관세 대상 자동차 부품은 200개 품목이 넘는다. 엔진, 변속기(트랜스미션), 구동 장치(파워트레인) 같은 핵심 부품과 전기 장치 부품 등 승용차와 다목적 스포츠 차량(SUV)을 비롯한 소형 트럭용 부품이 폭넓게 대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생산 거점을 미국으로 되돌리려 하지만,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요건을 채워 세금 없이 수입되던 부품은 당분간 관세를 물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는 해당 부품에 들어있는 미국 외 국가에서 만든 소재 값만큼 25% 관세를 매기는 방식으로 바뀐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 관세 대상 부품을 늘리는 방안도 살피고 있다. 미국 내 부품 제조사와 업계 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7월 초까지 대상 확대 방안을 정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관세 대상이 아닌 중·대형 트럭과 그 부품에 대한 과세도 통상확대법 232조에 따라 검토하고 있어, 수입품 유입이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
◇ 2년간 관세 부담 완화…실효성은 '글쎄'
갑작스러운 관세 부담을 덜어줄 조치도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7년 4월 말까지 2년 동안만, 미국에서 만든 완성차 매출액의 일부(첫해 15%, 다음 해 10%)만큼 부품 관세를 깎아준다. 미국에 생산 기지를 둔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들은 2년 안에 외국 부품 비중을 줄여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됐다.
하지만 이 2년의 유예 기간에도 외국 부품 의존도가 높은 차와 그렇지 않은 차 사이의 관세 부담 차이는 클 수밖에 없다. 일본계 자동차 제조사의 한 담당자는 "조달망을 새로 만들거나 바꾸려면 몇 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만약 부품 회사를 바꾸는 비용이 관세 부담보다 크거나, 미국산 부품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판단하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목표를 이루기 어려워질 수 있다.
◇ 美 생산차 부품 절반 이상 수입…'관세 폭탄' 우려
닛케이 조사 결과, 이번 조치는 미국 자동차 산업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에서 만드는 자동차 1개 모델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입 비율이 평균 5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2025년 등록된 551개 모델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 생산된 차 169개 모델의 평균 부품 수입 비율은 50%를 웃돌았다.
특히 일본 기업들의 수입 의존도가 높았다. 닛산 자동차는 부품 수입 비율이 59%로 가장 높았고, 주력 다목적 스포츠 차량(SUV) 모델인 '로그'는 부품의 70% 이상을 외국에서 들여왔다. 로그의 엔진은 일본에서, 변속기는 멕시코에서 들여온다. 닛산은 로그 생산 일부를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지만, 부품 의존도가 높아 관세 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스바루 역시 부품 수입 비율이 51%로 절반을 넘었고, 토요타 자동차는 47%, 마쓰다 45%, 혼다 39% 순이었다.
오히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의 수입 비율이 더 높았다. 포드와 제너럴 모터스(GM)는 약 60%였고, 독일 BMW는 73%,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부품의 90%를 수입에 의존했다.
◇ 생산 이전 압박의 역설…공급망 재편 '난제'
미국 생산차의 부품 수입 의존도가 이처럼 높은 것은 역설적으로 첫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생산 이전을 압박했고, 이에 따라 미국 생산차 비율은 2017년 20%에서 현재 30%까지 높아졌다.
하지만 생산 이전 과정에서 늘어나는 인건비 같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등을 활용해 부품은 오히려 외국에서 들여오는 비중을 늘렸다. 그 결과 부품 수입 비율은 2017년 46%에서 현재 53%로 오히려 7%포인트 올랐다.
이번 추가 관세 조치로 자동차 업계는 완성차 생산 이전과 함께 복잡하게 얽힌 부품 공급망 전체를 다시 짜야 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2년이라는 면제 기간 안에 공급망을 다시 짜는 것은 "넘기 힘든 장벽"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략 컨설팅 회사 아울스 컨설팅 그룹의 하뉴다 게이스케 최고경영자(CEO)는 "높은 관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체 노력으로 비용을 줄이려면 차종을 줄이고, (일본 차 제조사는) 미국에 대한 수익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