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관세 전쟁 속 미·중 공급망 디커플링, '깔끔한 분리' 아닌 '혼란스러운 재조정'

글로벌이코노믹

관세 전쟁 속 미·중 공급망 디커플링, '깔끔한 분리' 아닌 '혼란스러운 재조정'

기업들 "완전한 탈중국은 불가능"...대체 공급망 구축 등 대안 모색
전문가 "중국 제품 70% 의존 품목 1580억 달러 규모...단기 대체 어려워"
중국과 다른 나라에 부과된 미국의 무역 관세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4월 11일 캘리포니아 리치먼드의 한 주차장에 새 차가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중국과 다른 나라에 부과된 미국의 무역 관세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4월 11일 캘리포니아 리치먼드의 한 주차장에 새 차가 보인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중국 간 치열한 무역 전쟁으로 관세율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세계 양대 경제대국의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 개념이 더 이상 이론적 논의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은 깔끔한 분리보다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고 17일(현지 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정책이 기업 마진을 압박하고 예측 가능성을 무너뜨리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제조업체들 사이에서는 다양한 우회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특히 일부 품목에 대한 세율이 세 자릿수에 도달하면서 밀수나 위장 수출과 같은 위험한 선택을 고려하는 동기도 커지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전자제품 공장을 운영하는 수가인터내셔널(Suga International)의 알프레드 응 대표는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다. 현재의 관세 협정에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라고 말했다. 그의 사업은 약 40%를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응과 같은 제조업체들은 90일간 유예된 관세가 영구적이 될지, 다시 원래 수준으로 돌아갈지, 아니면 더 높아질지 모르는 불확실성 속에서 신규 투자나 공장 이전을 서두르지 않고 관망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투자를 설정하는 데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상황이 불투명할 때 신중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디머코(Dimerco)의 캐서린 치엔 디지털 마케팅 부사장은 "이것은 깔끔한 단절이 아니라 지저분한 재조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그녀에 따르면 기업들은 소비자 가전, 의류, 산업 부품 등의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다각화하기 시작했지만 이 과정은 부분적이고 선택적이다. 특히 하이테크 제조업, 희토류, 특정 원자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깊은 상호 의존성이 존재한다.

"우리는 특히 미국 수입업체들이 '중국만'에서 '중국 플러스 원' 또는 '중국 플러스 다수'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을 보고 있다. 생산은 베트남뿐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도, 브라질로 이전될 것"이라고 치엔은 전망했다.

2018년 트럼프 첫 임기 중 무역 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의 대미 수출은 특정 부문에서 꾸준히 감소한 반면, 베트남·멕시코·인도 등의 국가에서는 미국으로의 수출이 급증했다.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1.6%에서 2024년 13.3%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2017년 465억 달러에서 2024년 1366억 달러로 약 194% 증가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서 수입하는 품목의 36%(약 1580억 달러 상당)는 중국이 공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미국 수입업자들이 상당한 관세 압박하에서도 대체 공급원을 찾을 수 있는 단기적인 유연성은 제한적"이다. 특히 통신, 건설, 제조, 기계, 전기 장비 부문은 중국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미국이 수입하는 PC 모니터와 스마트폰의 70% 이상, 노트북의 66%를 공급했다. 이는 완전한 디커플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치적으로도 디커플링 추진은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 가베칼 드래고노믹스 보고서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건설, 자동차 제조, 섬유 부문이 중국 부품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다고 지적했다. "이들 부문에 경제적 혼란을 초래하는 관세는 중국과 디커플링을 추구하려는 정치적 의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첸 중국 선임 경제학자는 "강제적 디커플링은 잔인하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며, 아마도 미국 정부와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더 클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히려 공급망의 "연장"이 기준이 될 것이며, 중동 및 동유럽 국가들도 동남아시아나 멕시코처럼 "중개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