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국 협력 대형 과학 프로젝트...2033년 최초 플라스마 발생 목표
ITER 사무총장, 기술적 난관 극복...미래 에너지 시대 기대감 고조
ITER 사무총장, 기술적 난관 극복...미래 에너지 시대 기대감 고조

이는 태양이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과 동일하게 초고온 상태에서 원자를 충돌시켜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얻으려는 인류의 오랜 염원에 한 걸음 더 다가섰음을 의미한다.
프랑스 남부에 건설 중인 ITER 프로젝트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유럽연합 등 핵 강국들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초대형 과학 프로젝트다.
ITER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수억 도에 달하는 초고온 플라스마 입자를 자기장으로 제어하는 핵심 장치인 강력한 ‘자기 시스템’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 자기 시스템은 플라스마 입자를 마치 ‘보이지 않는 감옥’처럼 가두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를 추출하는 역할을 한다.
보도에 따르면 ITER 사무총장 피에트로 바라바스키는 최근 자기 시스템의 마지막 핵심 부품인 ‘중앙 솔레노이드’가 미국의 기술로 완성되어 엄격한 성능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현재 프랑스 현장에서 최종 조립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마치 와인병과 같다. 와인 자체가 병보다 더 중요할 수 있지만, 와인을 담기 위해서는 반드시 병이 필요하다”며 중앙 솔레노이드 자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초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했던 ITER 프로젝트는 기술적 난관과 예상치 못한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핵융합 분야의 저명한 학자인 뉴욕대학교 찰스 사이프 교수는 “10년간의 노력 끝에 4년이나 일정이 지연된 것은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이제 위기는 끝났다”고 선언하며, 현재 ITER 건설이 프로젝트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ER의 본격적인 가동 단계는 2033년에 시작돼 최초 플라스마 발생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ITER 프로젝트가 심각한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참여국들이 굳건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참여국들은 핵융합 에너지 개발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대해 매우 강력한 응집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까지 단 한 국가도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려는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 속에 수십 개의 새로운 핵융합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일부 민간 스타트업들은 10년 이내에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바라바스키 사무총장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인 다양한 핵융합 개발 노력에 대해 회의적인 동시에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미 핵융합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중요한 문제는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핵융합을 실현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가 10년 또는 20년 안에 상업적인 핵융합 발전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며, 솔직히 말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ER 프로젝트의 핵심 장치인 세계 최고 성능의 자석 개발 완료 임박은 인류의 오랜 꿈인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 핵융합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ITER 프로젝트의 남은 건설 과정과 초기 가동 실험 결과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