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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무역 전쟁, 파나마 운하 '핵심 쟁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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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무역 전쟁, 파나마 운하 '핵심 쟁점' 부상

대중 관세로 통행량 급감 우려...미국 물동량 40% 통과 '경제 동맥'
美 '중국 영향력 견제'...트럼프 '통제권 강화' 발언 속 미중 갈등 고조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파나마 운하.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40%가 통과하는 경제 동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로 통행량 급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중 무역 전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파나마 운하.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40%가 통과하는 경제 동맥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로 통행량 급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로 중국발 제조업 주문과 화물선 운항이 급격히 줄면서, 통행량의 75%가 미국과 관련 있는 파나마 운하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운하 통제권 재주장 발언까지 더해져 파나마 운하는 미중 무역 갈등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4(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리스 모레노 파나마 운하청(PCA) 운영 부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전 세계나 미국의 경기 침체가 어떤 식으로든 파나마 운하에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 미국이 중국에 과도한 권한을 넘겨주었다고 주장하며 운하 통제권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공격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최근 사업 호황을 누린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의 높은 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파나마 운하는 지난 몇 년 동안 엘니뇨 현상과 극심한 가뭄 때문에 생긴 수위 문제 같은 기상 이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은 이 중요한 세계 무역 관문에 새로운 위협이다. 특히 미국 동부 해안행 해상 컨테이너 운송의 핵심 통로인 파나마 운하는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와 그 때문에 미국 해운업자들의 공산품 주문이 급감하면서 사업 부진 가능성을 안게 되었다.
파나마 운하는 해마다 미국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40%를 처리하며, 한 해 총 2700억 달러(3785400억 원)어치 화물이 이곳을 지난다. 미국과 중국은 운하의 최대 이용국이고, 최근 세계 공급망 혼란 속에서 운하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파나마 운하청은 지난해 가뭄에도 338000만 달러(47387억 원) 수익을 올렸다. 2017년 이후 해마다 수익이 늘고 있다.

관세 직격탄 맞은 운하...선박 운항 취소 300% 급증

그러나 무역 전쟁의 불확실성과 트럼프 대통령의 145%에 이르는 대중국 관세 부과는 이미 중국발 미국행 수입에 큰 제동을 걸었다. 이 관세는 아시아에서 미국까지 해상 운송에 4주에서 6주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527일부터 미국 항구 도착분부터 적용된다. 공급망 정보 업체 프로젝트44(Project44)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42일 이른바 '해방의 날' 관세를 발표한 뒤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공선 운항(선박 운항 취소)300%나 급증했다.

이 여파로 미국 서부 해안 항만은 이미 타격을 입기 시작했고, 동부 해안 항만으로 영향이 번질 것으로 보인다. 선박 운항 감소는 중국 공장의 제조업 주문 감소로 이어져, 해운사들이 운송할 컨테이너 물량도 줄어든다. 해운 분석 기관 시인텔리전스(Sea-Intelligence)는 아시아발 북미 동안 항로에서 지난 6주 동안 총 261822 TEU(20피트 표준 컨테이너) 선복량이 운항 취소되었다고 집계했다. 이렇게 컨테이너와 선박이 줄면 수로 통과량을 바탕으로 수익을 얻는 파나마 운하 수입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모레노 부사장은 "우리 화물의 거의 75%가 미국으로 가거나 미국에서 오기 때문에, 전 세계나 미국의 경기 침체는 어떤 식으로든 파나마 운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미중 패권 경쟁 '불똥'...통제권 둘러싼 신경전 가열

미국 토목 학회가 '현대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로 꼽은 파나마 운하는 최근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논란의 중심지가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운하의 핵심 항만들을 중국이 통제한다고 주장하며, 파나마가 과도한 통행료를 부과한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통제권 재확립을 위협했다. 중국과 파나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같은 미국 고위 관리들은 최근 몇 달 동안 파나마 정부 관계자들과 만났다. 특히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22일 파나마시티 미라플로레스 갑문을 찾아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파나마 운하청장과 만나기도 했다.

루이스 솔라 미국 연방 해사 위원회 위원은 올해 초 CNBC 인터뷰에서 "지난 5년 동안 파나마가 미국과 멀어지고 중국에 점점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중국과 브라질이 직접 계약으로 200억 달러(28400억 원)를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우리는 확실히 그곳에서 최소한 영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미국의 적극 대응이 필요함을 내비쳤다.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파나마 운하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워싱턴에서 나오는 발언은 어디에나 영향을 미친다""우리는 냉정하고 침착하게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바스케스 청장은 또한 "우리를 중국인이 운영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요금을 다르게 매긴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파나마 운하 건설 때 38000명이 숨졌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트럼프 대통령 쪽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운항을 원하는 모든 이들이 파나마 운하를 통과한다. 그리고 우리는 세계에 열려 있다. 그것이 중립 조약이다. 우리는 계속 열어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 미국 투자회사 블랙록(BlackRock)이 이끄는 기업 연합체(컨소시엄)가 홍콩 회사인 CK 허치슨(CK Hutchison) 소유의 파나마 운하 양쪽 끝 항만 두 곳과 다른 항만 약 40곳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했으나, 이 거래가 성사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