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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흔들리는 '아시아의 세기'...美 의존·내부 과제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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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흔들리는 '아시아의 세기'...美 의존·내부 과제 '첩첩산중'

지정학 리스크·내부 문제 심화로 실현 가능성 '물음표'
'트럼프 변수' 속 자립 관건...소비 확대·정책 공조 '난망'
분주하게 컨테이너선이 오가는 중국 북부의 텐진항. 높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극복하고 역내 소비 확대, 정책 공조 등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시아의 세기' 실현의 관건으로 꼽힌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분주하게 컨테이너선이 오가는 중국 북부의 텐진항. 높은 대미 수출 의존도를 극복하고 역내 소비 확대, 정책 공조 등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시아의 세기' 실현의 관건으로 꼽힌다. 사진=로이터
21세기를 '아시아의 세기'로 만들 것이란, 수십 년간의 기대가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구조 문제 심화 때문에 중대한 도전에 부딪혔다. 특히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자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아시아 세기가 오기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세계 패권이 주기적으로 이동한다는 역사적 관점에서, 20세기 유럽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갔듯 21세기에는 미국이 힘을 잃고 아시아가 떠오르리라는 전망이 오랫동안 나왔다.

그러나 21세기가 20년 넘게 흐른 지금, 아시아의 활력에도 여러 불안 요소가 나타나고 있다. 일촉즉발의 미중 대립과 역내 패권 경쟁 격화는 지정학적 위험을 높이고 있다. 또한 중국, 일본, 한국 등 주요국에서는 인구 감소 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고 심각하게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

탈세계화·트럼프 변수...아시아 성장 모델 '흔들'


세계 차원의 탈세계화와 다극화 흐름 역시 수출 주도형인 아시아 경제 모델(중국 포함)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한 후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 높은 관세 부과, 덤핑 공세, 무역 전쟁 장기화 등으로 아시아 경제는 더 큰 타격을 입고 내부 과제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영향력 약화 가능성에도, 중국이 아시아 전체를 이끌 대안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의 소프트파워와 신뢰도가 떨어졌지만, 중국 역시 주변국에 매력있는 비전이나 발전 모델을 내놓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핵심은 '미국 그늘' 탈피...실현 조건 까다로워


마르틴 슐츠 후지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각국이 대미 수출에 기대는 한 아시아의 세기는 환상일 뿐이다"라고 진단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의 정책이 아시아의 대미 의존 탈피를 앞당기고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새 중심축으로 서는 시대를 열 가능성은 없을까?

이론상 다음 조건들이 갖춰진다면 가능하다. △미국 정책 결과로 중국이 예상보다 빨리 기술 패권을 쥐고 △아시아 각국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국내외 자금 조달에 적극 나서는 반면 미국은 이를 줄이며 △미국 국채 외 아시아 투자 기회가 늘고 금융시장이 더 열리며 △중국이 아시아 시장에 더 기대면서 자유무역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슐츠 이코노미스트는 "어떤 때라도 아시아의 큰 폭의 소비 확대와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국가 간 정책 공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의 세기'는 미국의 쇠퇴를 전제로 한다. 다만 그 쇠퇴가 질서 있고 평화로우며 아시아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만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런 조건 충족은 매우 어렵기에, 21세기 패권의 주인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