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유럽 민주주의 국가들, 초강대국 의존 줄이고 상호 협력 강화
필리핀, 다자외교 전략으로 안보 다각화 추진
필리핀, 다자외교 전략으로 안보 다각화 추진

올해 필리핀-미국 연례 발리카탄 훈련은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되며, 12,000명에 달하는 미군이 참여하고 "전면적인 전투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중국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리핀은 인도산 브라모스 초음속 미사일 시스템을 배치하고, 미국은 해군-해병 원정함 차단 시스템을 배치하며 협력을 심화하고 있다.
그러나 마르코스 주니어 행정부는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중견국들과의 관계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발리카탄 훈련에는 일본과 호주군이 직접 참가할 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영국, 폴란드,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체코 등 유럽 국가들의 참관단이 확대되었다. 최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마닐라를 방문했으며, 뉴질랜드는 호혜접근협정에 서명했고, 캐나다와 유럽 국가들도 유사한 협정을 추진 중이다.
인도와 한국이 필리핀의 주요 무기 공급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도 전투기, 잠수함, 군함 공급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유럽연합은 필리핀뿐 아니라 인도, 인도네시아와도 새로운 무역 협정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중견국 간 협력 강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과 미중 경쟁 속에서 새로운 전략적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필리핀에 대해 상대적으로 "전략적 동정심"을 보여주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최근 마닐라 방문에서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했으며,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긴장과 대만 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맞서 "억지력"을 공동으로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필리핀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워싱턴 주재 필리핀 대사를 지낸 호세 로무알데즈는 "각 국가는 이제 국방과 경제 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을 기회로 삼아 동남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최근 동남아시아 순방에서 미국의 "괴롭힘"에 대한 공동 저항을 촉구했으며, 스페인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을 초청해 EU-중국 경제 유대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일본, 한국, 인도와의 영토 분쟁, EU와의 불공정 무역 관행, 전기차 보조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원,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구조적 긴장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아시아와 유럽의 미국 파트너들은 중국보다는 서로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U는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하면서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성장하는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무역 및 국방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국가와의 공유된 민주적 가치와 위협 인식을 바탕으로 한 협력 강화는 보다 다극화된 세계 질서로의 장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외교 정책은 동맹국들을 중국의 영향권으로 밀어넣기보다는, 중견국들이 더 자율적이고 상호 협력적인 다극화된 세계 질서를 향한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