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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원전 안전 강화에 큰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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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 원전 안전 강화에 큰 역할

원자력규제청, 축소되는 전문가 풀에 대응해 AI 활용 권장
주요 전력회사들 이미 검사·모니터링·분석 영역에서 AI 기술 도입 추진
일본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 사진=로이터
일본 원자력 발전소 운영자들이 심화되는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면서 안전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안전 프로세스에 통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각) 일본의 경제신문 닛케이 아시아가 보도했다.

지난 3월 전력회사들과의 토론회에서 야마나카 신스케 원자력규제청(NRA) 회장은 격납건물 내 부식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AI를 검사에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러한 권고는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인재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22년 대학 및 대학원의 원자력 관련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은 185명에 불과했다. 이는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인 2010년에 비해 40% 이상 감소한 수치로, 원자력 산업의 인재 확보 위기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미 여러 전력회사들은 원자력 발전소 운영에 AI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고쿠 전력은 지난 1월 상업 운전을 재개한 시마네현 제2호기에서 NEC와 공동 개발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시범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은 발전소 내 각종 센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상 작동 범위를 벗어나는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 즉시 경고를 발행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AI 시스템의 효율성이다. 2006년 일본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한 누수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에서, AI 시스템은 당시 작업자들보다 7시간이나 더 빨리 압력 강하를 감지해냈다. 이는 AI가 인간 작업자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잠재적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부전력은 하마오카 원자력 발전소에서 AI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방사능 통제 구역에 진입하는 작업자들이 방사선 모니터와 같은 적절한 보호 장비를 착용했는지 확인하는 데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작업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인적 오류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간사이전력은 2024년부터 AI를 활용해 안전 관련 내부 설문조사를 분석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분석에 소요되는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도호쿠전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화석연료 발전소용으로 개발한 작업장 사고 예측 AI 시스템을 원자력 시설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AI의 활용에는 명확한 한계가 설정되어 있다. 원자력 안전의 기본 사항과 관련된 영역에서는 여전히 인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후쿠시마 다이이치를 운영하는 도쿄전력은 AI 활용 범위의 적절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NRA 위원인 스기야마 토모유키는 "중요한 안전 관련 판단이나 의사 결정에 AI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라며 AI 활용의 경계를 명확히 했다. 야마나카 회장 역시 지난 4월 기자들에게 AI의 전면적 활용은 "당장 시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의 원자력 산업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침체기를 겪으며 젊은 인재들의 유입이 크게 감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AI 기술은 한정된 인적 자원으로도 안전 기준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반복적이고 데이터 중심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인간 작업자들이 더 복잡한 의사결정과 안전 관리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고 평가한다. 다만 원자력 안전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있어 AI는 보조적 역할에 머물러야 하며, 최종 결정과 책임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는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