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프랑스·스웨덴 4파전 치열…24대 전투기 구매 계획
카테리아노 사령관, '2026년까지 도입' 공언…정치 불안정 변수 산적
카테리아노 사령관, '2026년까지 도입' 공언…정치 불안정 변수 산적

◇ 35억 달러 규모 도입 사업 '윤곽'
페루 공군 사령관 카를로스 엔리케 차베스 카테리아노 장군은 지난 4월 말, 총 24대의 전투기 도입 계획을 밝혔다. 2025년 예산에 따라 20억 달러(약 2조8000억 원) 규모의 1차 도입(12대) 예산을 확정했으며, 올해 12대를 먼저 들여오고 2026년에 나머지 12대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차 도입(12대)까지 총 35억 달러(약 4조9000억 원) 이상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번 사업은 단순 기체 구매뿐 아니라 무장, 시뮬레이터, 부품, 훈련, 기술이전 등을 포함하는 패키지 계약이다. 하지만 분석가들은 최근 페루 정치 혼란이 이처럼 촉박한 일정에 의문을 던진다고 지적한다.
◇ F-16·그리펜·라팔 '3파전'... KF-21은 제외
카테리아노 장군 발언이 나온 시기, 리마에 있는 페루 육군 본부(애칭 '리틀 펜타곤' 또는 '펜타고니토')는 페루의 연례 방산 전시회인 SITDEF를 주최했다. 페루는 차세대 전투기 후보 기종을 압축했고, F-16V 블록 70(미국 록히드마틴), 그리펜 E/F(스웨덴 사브), 라팔 F4(프랑스 다쏘) 등 3개 기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지난주 워싱턴 D.C.를 찾은 페루 국방장관 등 고위급 대표단은 록히드 마틴 시설을 방문해 F-16과 블랙 호크 플랫폼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록히드 마틴 레이 피셀리 국제 사업 담당 부사장은 "대표단과 대화가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에 대한 상호 약속을 강조했다"고 자신의 링크드인에 게시했다.
한국의 KF-21은 기술 성숙도와 실전 배치 경험 부족으로 최종 후보군에서는 제외됐으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페루와 부품 현지 생산 등 협력 확대에 합의했다. 지난 4월 리마에서 열린 페루 연례 방산 전시회 SITDEF에서는 KF-21과 FA-50 실물을 전시하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스웨덴 사브도 같은 전시회에서 그리펜 전투기를 선보였다. 이는 스웨덴 정부가 12대의 JAS 39 그리펜 E/F 전투기 판매를 위해 의회 승인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몇 주 만의 일이다. 사브는 브레이킹 디펜스에 "그리펜이 페루의 전투기 요구사항을 충족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확신한다"고 밝혔으나, 협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프랑스 다쏘 역시 라팔 전투기로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다쏘는 라팔 F4 최신형을 제안하며 현재 운용 중인 미라주 2000과의 연계성을 장점으로 부각시켰다. 후보 기종별 가격대는 F-16V가 약 20억~25억 달러(약 2조8000억~3조5000억 원), 그리펜 E/F가 약 28억 달러(약 3조9200억 원) 수준이며 라팔은 이보다 고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루 주변 남미 나라들도 이들 기종을 운용하고 있다. F-16은 칠레 공군이 운용 중이며, 아르헨티나도 덴마크로부터 F-16을 인도받았다. 그리펜은 브라질 공군이 이미 운용하며, 콜롬비아도 최근 그리펜을 선택했다.
◇ 낡은 미라주·수호이 대체 시급…'국내 문제' 활용 목적도
페루 공군은 현재 1980년대 도입된 다쏘 미라주 2000과 1990년대 벨라루스로부터 중고로 구매해 논란이 된 러시아제 수호이 Su-25를 운용하고 있다. 카테리아노 장군은 도입하려는 24대의 다목적 항공기가 "앞으로 30-40년간 나라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는 데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를로스 라다 베나비데스 페루 국제 정세 및 안보 문제 분석가는 "현재 편대는 40년이 넘은 전투기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신형 전투기 구매가 페루의 전략적 억지력을 되찾기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단일 기종으로 편대를 통합하는 것이 앞으로 보급과 수리 프로그램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드레이 세르빈 폰트 CRIES 싱크탱크 회장도 "페루는 다양한 전투기 편대를 운용하며 힘든 수십 년을 보냈다"며, "편대를 한 가지 모델로 통합하면 물류 지원 문제와 다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페루는 다섯 이웃 나라 중 네 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어 나라 간 전쟁 가능성은 매우 낮다. 칠레와의 역사 긴장이 남아 있지만, 주요 안보 과제는 오히려 범죄 폭력과 아마존 및 안데스 지역, 특히 VRAEM과 우알라가 지역에서 활동하는 마약-반군 운동 등 국내 문제다. 따라서 신형 전투기들은 대외 억지력 강화는 물론, 마약 밀매업자 감시 등 나라의 넓은 국경을 순찰하고 국내 작전을 지원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전망이다.
◇ 총선·내각 교체 '악재'…사업 지연 우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은 공군을 포함한 군 현대화를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페루는 방산 획득 사업이 부패와 뇌물 의혹에 휩싸이거나 친정부와 반정부 세력 간에 정치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바로 지난 화요일, 구스타보 아드리안센 총리가 의회 불신임 표결을 피하기 위해 사임하며 내각 전체 교체라는 정치 격변을 겪었다. 이는 라 리베르타드 지역 13명 광산 노동자 살해 사건에서 드러난 페루 범죄 폭력 문제를 잘 드러낸다. 이 와중에도 엔리케 아스투디요 국방장관은 유임됐다.
오는 2026년 4월 대선, 잦은 내각 교체 등 정치 불안정은 사업 일정 지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방산 사업의 부정부패·정치화 우려도 나오며, 예산 집행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차분 12대 도입 예산은 2025년 예산에 반영됐지만, 2차분은 2026년 이후 집행될 계획이다.
카를로스 라다 베나비데스 페루 국제 정세 및 안보 문제 분석가는 "나라 정치 불안정이 전투기 획득 사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전투기 획득이 내년까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안드레이 세르빈 폰트 CRIES 싱크탱크 회장도 "4세대 또는 5세대 전투기와 같은 복잡한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매우 단기 인도 일정은 너무 낙관적으로 들린다"며 같은 의견을 공유했다. 그는 "인도 기대치가 충족될 수 없을 때, 국내 정치가 변수가 된다"고 덧붙였다.
페루는 2026년 4월에 총선이 예정돼 정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종 선정은 2025년 말로 예상되며, 페루 방위산업 및 외교 노선에도 중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