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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ONGC, 5억 달러 VLEC 발주...한국 조선 3사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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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ONGC, 5억 달러 VLEC 발주...한국 조선 3사 '정조준'

10만 CBM급 에탄 운반선 3척...기술력 앞세운 K-조선 독무대 예고
2028년까지 인도 목표…중국 제외, 배경은?
삼성중공업은 인도 ONGC가 발주하는 10만CBM급 초대형 에탄 운반선(VLEC) 신조 건조 입찰에 참여한 국내 조선 3사 중 한 곳이다. 사진=삼성중공업이미지 확대보기
삼성중공업은 인도 ONGC가 발주하는 10만CBM급 초대형 에탄 운반선(VLEC) 신조 건조 입찰에 참여한 국내 조선 3사 중 한 곳이다. 사진=삼성중공업
인도 국영 석유천연가스공사(ONGC)가 약 5억 달러(약 6976억 원) 규모의 초대형 에탄 운반선(VLEC) 3척 신규 건조 발주를 위해 아시아 주요 해운사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ONGC는 인도 최대 석유·가스 생산 기업으로, 자회사 오팔(OPaL)을 통해 구자라트 다헤즈에 대규모 석유화학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설비는 주로 에탄을 원료로 사용하는데, 기존 카타르와의 공급 계약이 2028년 5월 종료됨에 따라 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 해마다 약 80만 톤의 에탄을 직접 수입하고자 이번 발주를 추진하게 됐다. 이번 발주 경쟁에는 국내 대형 조선 3사가 모두 참여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전망이라고 트레이드윈즈가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발주 대상 선박은 10만 입방미터(CBM)급 초대형 에탄 운반선 3척이다. 약 -90℃의 극저온 상태로 에탄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첨단 화물창 기술과 효율 높은 친환경 엔진(이중연료 추진 방식 등)을 갖춰야 한다. 화물창 설계, 극저온 단열, 가스 누설 방지 등 최고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 K-조선 기술력 입증...입찰 초청 배경


조선업계에 따르면 ONGC는 10만 입방미터(CBM)급 에탄 운반선 3척 건조를 위한 견적을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한국 조선 3사에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3사는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에탄선 등 부가가치가 높은 가스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과 건조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극저온 화물창, 고압 가스 엔진, 연료 효율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HD현대중공업은 세계 최대 조선소이자 가스선 분야 선도 기업이며, 삼성중공업은 VLEC 등 고난도 선박 건조에 강점을 지녔고,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인수 후 대형 가스선 경쟁력을 한층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조선소들이 이번 입찰에서 제외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인도 정부가 에너지 운송 선박 건조를 중국에 맡기는 데 따르는 정치·외교적 부담감, 기술 유출 우려, 안보 위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초대형 가스선 분야에서 중국 조선소의 기술력, 품질, 납기 준수 능력이 아직 한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업계의 평가와 함께 미국·인도 등의 중국산 선박 규제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조선소들 역시 부가가치 높은 선박 건조 경험이 있지만, 최근 수주잔량 증가와 인력난, 상대적으로 높은 건조 비용 등으로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ONGC는 건조할 선박의 운영을 담당할 선주사로 일본의 NYK(일본우선주식회사), MOL(미쓰이 OSK 라인스), 말레이시아의 MISC 버르하드를 최종 후보군으로 정했다. ONGC는 선박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대신, 이들 세계적인 해운사 또는 인도 국적 해운사와의 합작법인(JV)을 통해 선박 소유와 운영을 맡길 계획이다.

자금은 인도 정부 지원, 국제 금융기관 대출, 선주사 투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선박은 주로 미국 휴스턴 등에서 출발해 인도 서부 다헤즈 지역에 건설 중인 ONGC의 석유화학 설비에 필요한 에탄을 운송하는 데 투입된다. 해당 설비는 오는 2028년 5월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 VLEC 시장 성장세...납기 준수가 관건


에탄은 셰일가스 혁명 이후 미국 등에서 대량 생산되면서 세계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원료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미국-아시아, 미국-유럽 사이 장거리 에탄 해상 운송 수요가 크게 늘면서 VLEC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10만 CBM급 이상 초대형 에탄 운반선은 고도의 설계·건조 기술이 필요해, 현재까지 안정적으로 건조해 인도한 경험이 있는 조선소는 전 세계적으로도 소수에 불과해 이번 발주의 의미가 크다.

이번 수주는 국내 조선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최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에탄선 등 부가가치 높은 선박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 조선 3사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국내 조선 3사 모두 2028년까지 상당한 수주 물량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수주 시 납기 조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ONGC 역시 2028년 5월까지 선박 투입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조선소의 일정 준수 능력이 수주 결정의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한-인도 협력 강화…후속 프로젝트 기대감


이번 사업을 계기로 한국과 인도 사이 에너지·조선·해운 분야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앞으로 인도 내 석유화학 설비 추가 증설이나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발주 등 후속 사업에서도 한국 조선업계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ONGC의 이번 초대형 에탄 운반선 발주는 기술력, 신뢰성, 납기 준수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요구하는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한국 조선 3사만이 초청받았으며, 중국 등 경쟁국 조선소의 제외, 세계 에너지 시장 변화, 인도 정부의 정책 판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한국 조선업계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이번 수주전의 결과는 단순한 선박 건조를 넘어 한국과 인도의 전략적 경제 협력 강화, 세계 에너지 공급망 안정, 부가가치 높은 선박 시장에서 한국의 주도권 강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 수주 결과와 후속 사업 동향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