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타헤르츠 속도 구현… 하드웨어 병목현상 돌파 기대
그래핀·빛 활용한 혁신 기술… 양자 터널링 현상 규명
미래 모바일·전기차·슈퍼컴퓨팅 성능 혁명 예고
애리조나대, 산업 파트너와 협력으로 상용화 박차
그래핀·빛 활용한 혁신 기술… 양자 터널링 현상 규명
미래 모바일·전기차·슈퍼컴퓨팅 성능 혁명 예고
애리조나대, 산업 파트너와 협력으로 상용화 박차

애리조나 대학교 연구진과 국제 협력팀은 기존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빛을 이용한 새로운 방식의 트랜지스터를 개발, 오늘날의 칩보다 무려 백만 배 이상 빠른 페타헤르츠(PHz) 속도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 과학기술 전문 매체들이 19일(현지시각) 일제히 보도했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미래 모바일 기기, 전기차, 그리고 전력망의 에너지 저장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 컴퓨팅의 병목 현상, 하드웨어의 한계
현재 컴퓨터 프로세서의 핵심 부품인 실리콘 기반 트랜지스터는 전압 변화를 통해 정보를 처리한다. 그러나 실리콘이라는 물리적 재료의 특성과 전기 저항으로 인해 스위칭(정보를 켜고 끄는) 속도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지고 있다. 이는 급속도로 발전하는 AI 모델의 방대한 연산 처리 요구사항이나 슈퍼컴퓨팅의 복잡한 시뮬레이션 등에 필요한 하드웨어 성능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병목 현상으로 지적되어 왔다. 즉, 소프트웨어는 날개를 달았지만, 하드웨어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새로운 소재와 방식을 탐구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전자 대신 빛을 사용해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팀은 신소재인 그래핀을 활용해 빛으로 구동되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물질 속 전자를 아토초(10의 -18제곱 초, 즉 100경분의 1초) 동안 지속되는 레이저 펄스로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 이처럼 극도로 짧은 시간 내에 스위칭이 가능해지면서, 페타헤르츠(초당 1,000조 회) 범위의 처리 속도가 구현되었고, 이는 현재 상용화된 가장 빠른 칩 속도보다 백만 배 이상 빠른, 실로 경이로운 성능이다.
100경분의 1초 속도, 양자 터널링의 경이로움
이번 연구의 핵심은 레이저 빛이 변형된 그래핀과 상호 작용해 거의 지연 없는 전자 운동을 만들어내는 방식에 있다. 연구진은 양자 터널링이라는 기묘한 양자 현상을 활용했다. 양자 터널링은 전자가 물리적인 장벽을 넘을 수 없는 충분한 에너지가 없더라도, 마치 순간 이동하듯 그 장벽을 통과하는 현상을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그래핀의 대칭적인 원자 구조가 일반적으로 이러한 전류를 상쇄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그래핀 광트랜지스터에 특수 실리콘 층을 추가하고, 여기에 정밀하게 조정된 레이저를 그래핀에 충돌시켰다. 그 결과, 단일 전자가 예상대로 양자 터널링을 통해 장벽을 통과하며 이동하는 것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제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는 양자 현상을 실제 컴퓨팅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획기적인 성과다.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에 따르면 물리학과 광학 과학 부교수인 모하메드 하산 박사는 이와 같은 놀라운 결과에 대해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그는 "연구실에 들어가면 항상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상하게 되지만, 과학의 진정한 매력은 작은 일들이 일어나 더 많은 것을 탐구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터널링 효과를 달성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더 많은 것을 알아내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과학적 호기심이 어떻게 인류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양자 트랜지스터의 탄생과 미래
이런 양자 터널링 효과를 포착하고 정밀하게 제어하기 위해 연구팀은 기존 그래핀 광트랜지스터를 개량하는 데 집중했다. 여기에 실리콘 층을 전략적으로 추가해 638아토초라는 극도로 짧은 레이저 스위칭을 통해 트랜지스터가 페타헤르츠(PHz) 속도로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이는 역사상 기록된 트랜지스터 스위칭 속도 중 가장 빠른 기록으로, 컴퓨팅 성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랜지스터는 모든 디지털 전자 장치의 중추 신경과 같은 존재로, 전자 스위치 또는 증폭기 역할을 한다. 기존 트랜지스터가 전압 변화를 통해 구동되는 반면, 이번에 개발된 새로운 버전은 빛으로 구동되어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컴퓨팅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산 박사는 이번에 개발된 소자를 자신 있게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페타헤르츠 양자 트랜지스터"라고 명명했다.
하산 박사는 하드웨어 개발이 소프트웨어 발전을 따라잡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같은 기술 개발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하드웨어 개발 속도는 그만큼 빠르지 않다"며, "그러나 이번 양자 컴퓨팅 분야의 발견에 힘입어 현재 정보기술 소프트웨어 혁명에 발맞춰 하드웨어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하드웨어의 혁신이 얼마나 절실한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다.
연구팀은 이제 산업 파트너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 페타헤르츠 속도 트랜지스터를 실제 마이크로칩에 구현하는 것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애리조나 대학교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전자 현미경으로 유명한 만큼, 이번 세계 최초 페타헤르츠 속도 트랜지스터 개발을 통해 또 하나의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울 수 있을지 전 세계 과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AI, 슈퍼컴퓨팅, 데이터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례 없는 성능 향상을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j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