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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롯데케미칼 신공장 '플레어링' 논란… 칠레곤 밤하늘 붉은 섬광, 주민 공포·환경 우려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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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롯데케미칼 신공장 '플레어링' 논란… 칠레곤 밤하늘 붉은 섬광, 주민 공포·환경 우려 증폭

LCI "시험가동 표준절차" 해명... 주민들 "사전 통보 없었다" 불안감 팽배
벤젠· PM2.5 등 발암·유해물질 배출 확인... 장기 노출 시 건강피해 심각
PT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가 새 석유화학 공장의 시험 가동을 시작하며 발생한 '플레어링(불꽃 연소)'. 사진=콤파시아나이미지 확대보기
PT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가 새 석유화학 공장의 시험 가동을 시작하며 발생한 '플레어링(불꽃 연소)'. 사진=콤파시아나
지난 21일 밤(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칠레곤 하늘이 갑자기 붉게 타오르는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 현상은 PT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LCI)의 새 석유화학 공장이 시험 가동을 시작하며 발생한 '플레어링(불꽃 연소)'으로 드러났다. 강렬한 불빛과 함께 소음, 진동까지 동반하면서 주민들은 큰 충격과 불안감을 호소했으며, 유해성 논란 또한 불거졌다고 콤파시아나가 보도했다.

지난 21일 저녁, 칠레곤 하늘은 해가 진 뒤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붉은 빛으로 물들었다. 그로골 지구 일부 주민의 집은 창문에 반사된 빛 때문에 기이한 그림자를 드리웠으며, 게렘 라야 마을의 한 주부는 "테라스 등만 켰는데도 집 안이 대낮처럼 밝아 큰불이 난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일부 주민들은 큰불로 잘못 알고 대피하기도 했다. 빛의 근원지는 칠레곤 산업단지 안 LCI 공장 굴뚝이었으며, 특히 게렘 라야 외에도 라와 아룸 등지 주민들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LCI 측은 현지 정부에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인근 주민들은 플레어링 사전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갑작스러운 불빛과 소음, 진동 등으로 심한 불안과 불쾌감을 느꼈다며,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기면 회사와 정부가 명확히 미리 알리고 충분히 설명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 "예고 없이 시작된 플레어링"… LCI-주민, 진실 공방
LCI에 따르면, 새 공장의 초기 가동 단계에서 일어나는 플레어링은 다른 많은 석유화학 공장에서도 나타나는 표준 운영 절차(SOP)의 일부이며, 사전에 현지 정부에도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30m가 넘는 굴뚝에서 치솟은 불꽃이 낮은 구름에 반사돼 하늘이 불타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블로그 매체 '콤파시아나'에 실린 작가 망 프람의 글은 주민들이 겪은 공포를 언급하며 이런 상황을 과연 '표준 절차'로만 볼 수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콤파시아나의 해당 게시글은 플레어링이 단순한 불꽃 현상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유독성 화합물을 배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키피디아와 '공공경제학저널(Journal of Public Economics)' 등 여러 과학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플레어링 때 벤젠, 질소산화물(NOx), 일산화탄소(CO)를 비롯해 폐로 직접 들어갈 수 있는 PM2.5의 미세먼지를 내뿜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물질들은 짧은 시간 노출만으로도 호흡기를 자극할 수 있으며, 오랜 시간 노출되면 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위험을 높이고, 특히 어린이와 노약자는 더욱 취약하다.

◇ "플레어링 연기 속 유해물질… 인체 영향은?"

실제로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KLHK)의 2024년 보고서를 보면, 플레어링으로 나오는 배출물은 반튼주 전체 산업 부문 대기오염의 약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콤파시아나 게시글은 "칠레곤의 붉은 하늘은 오염된 대기가 보내는 조용한 경고"라며 "유해 가스는 시야에서 사라질지 몰라도, 그 아래서 숨 쉬는 주민들의 폐에는 남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오랜 기간 노출될 때 건강 피해 가능성도 나온다. 2023년 '환경보건전망(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에 발표된 연구는 플레어링 배출물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조산, 심혈관 질환, 나아가 암 발병 가능성과도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 "인니 당국 규제 허점·기업 소통 부재 도마 위"

이런 우려에도, 인도네시아 현행 규제는 특히 주거 지역 인근 플레어링의 지속 시간이나 강도를 제한하는 데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다. 명확한 제재 기준이나 공장 가동 뒤 대기 질에 대한 독립 평가 체계도 부족하다는 점을 문제로 꼽는다. 여기에 주민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이행과 소통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공장 설비뿐 아니라 인근 주민의 건강과 환경까지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공장의 플레어링 현상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 산업 발전과 환경 보호, 그리고 지역 주민의 건강권 사이의 균형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던지고 있다. 공장 운영의 효율성과 안전 표준 준수 노력과 함께, 그 과정에서 환경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더욱 면밀한 검토와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실효성 있는 관리 감독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