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폭스콘, 4조원대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유택' 인수전 가세

글로벌이코노믹

폭스콘, 4조원대 싱가포르 반도체 기업 '유택' 인수전 가세

애플 최대 협력사, 반도체 영토 확장 가속… 후공정 강화로 공급망 재편 기대
세계 5위 OSAT '유택' 매물 등장... 미·중 경쟁 속 새 주인 찾기 이달 말 윤곽
대만 신베이시에 있는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의 상호) 본사 건물 상단에 보이는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대만 신베이시에 있는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의 상호) 본사 건물 상단에 보이는 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대만 폭스콘(홍하이정밀공업)이 약 30억 달러(약 4조 1040억 원) 규모로 평가받는 싱가포르 반도체 조립·검사 전문기업 유택 홀딩스(UTAC Holdings, 이하 유택)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유택은 세계 5위권의 반도체 후공정 외주 기업(OSAT)으로 업계에서 평가받는다. 이르면 이달 말 구속력 없는 입찰을 통해 인수전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4조원대 매물 '유택' 인수전 막 오르나

지난 2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 말을 빌려 유택의 소유주인 중국계 비공개 투자 전문 회사 와이즈로드 캐피털(Wise Road Capital)이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와이즈로드 캐피털은 이달 말까지 구속력 없는 입찰 제안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와 관련해 폭스콘과 제프리스는 논평을 거부했고, 유택과 와이즈로드 캐피털은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최근 몇 해 동안 세계 반도체 제조 업계는 국가 안보와 기술 경쟁,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 때문에 여러 우려를 안고 있다. 역사적으로 반도체는 매우 세계화한 제조 공급망에 의존해왔으나, 미국은 자국 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첨단 반도체와 고급 제조 장비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를 해왔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주장을 부인한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흐름, 미국과 중국의 기술 경쟁, 그리고 국가 안보 문제 또한 이번 인수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소식통들은 유택이 중국 안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이외 지역, 특히 중국·대만·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기업과 비공개 투자 전문 회사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폭스콘, 반도체 사업 확장 '승부수'… 후공정 역량 강화 박차

애플의 주요 공급업체이자 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은 장기 성장 전략의 하나로 최근 몇 해 동안 반도체 제조 분야로 사업을 넓혀왔다. 이번 유택 인수전 참여는 반도체 조립·검사(후공정)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고 공급망을 다양하게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폭스콘은 최근 반도체 설계·생산·조립 등 가치 사슬 전반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으며, 유택 인수를 통해 반도체 후공정 분야에서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고 애플 같은 주요 고객사에 대한 공급망 안정과 기술 자체 확보를 꾀하는 것으로 읽힌다.

◇ '알짜 후공정 기업' 유택은 어디?… 글로벌 경쟁력 주목

1997년 싱가포르에서 문을 연 유택은 반도체 칩의 조립과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며, 주요 제품군으로는 아날로그, 혼합신호, 논리(로직), 기억장치(메모리), 이미지 센서, 미세 전자 기계 시스템(MEMS), 보안/스마트카드 등이 있다. 이러한 칩들은 통신기기(스마트폰, 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소비자 전자제품, 컴퓨팅, 자동차, 보안, 산업, 의료 같은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회사 웹사이트를 보면, 싱가포르 말고도 태국, 중국, 인도네시아, 대만,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곳곳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 유럽, 중국/대만, 일본, 동남아시아를 주요 시장으로 하는 세계 판매망을 가지고 있다. 유택의 주요 고객은 주로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생산 외주(팹리스) 기업뿐 아니라 종합반도체기업(IDM)과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이다.

유택은 다양한 반도체 조립·검사 기술력, 넓은 아시아 생산 기반 시설, 통신, 자동차, 보안, 의료 같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특화한 사업 구성, 그리고 세계 생산 외주 기업, 종합반도체기업, 위탁생산 기업과의 오랜 거래 관계망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유택은 재무 성과를 공개하지 않지만, 한 해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은 약 3억 달러(약 4104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다른 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유택의 한 해 매출은 약 7억 1000만 달러(약 9712억 원)이며, 직원은 1800여 명 수준이다.

세계 반도체 후공정 외주 기업(OSAT) 시장은 TSMC, ASE, 앰코 같은 몇몇 큰 회사가 이끌고 있고, 유택은 이들 가운데 중간 규모의 독립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폭스콘이 유택을 인수하면, 설계·생산의 앞 단계부터 조립·검사의 뒷 단계까지 반도체 가치 사슬을 수직으로 통합하며 그 효과를 키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 내 반도체 공급망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 결과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주도권 경쟁과 맞물려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