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는 정부 내부 공개 자료를 종합한 결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최소 12명 이상의 고위 행정부 인사와 의회 보좌진이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부 발표 직전 보유 주식을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24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지난달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 없이 대규모 관세 부과 조치를 발표한 당일, 트럼프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기업인 트럼프미디어 주식을 최소 100만 달러(약 13억5400만원)에서 최대 500만 달러(약 67억7000만원)까지 처분한 팸 본디 법무부 장관과 발표 이틀 전 주식을 매도한 국무부, 백악관 관계자 등의 사례가 드러났다.
본디 장관 측은 “법적으로 정해진 매도 기한에 따른 조치”라고 해명했지만 프로퍼블리카는 정확히 왜 이 시점에 매도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지난 2월 11일 30여개 기업의 주식을 매도했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 관세’ 계획을 발표하기 이틀 전이었다. 교통부는 “자산관리인의 독자적 판단”이라고 밝혔지만 이러한 시점의 일치가 우연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집무실 운영을 총괄하는 백악관 행정국의 토비어스 도르시 법률고문도 지난 2월 25~26일 클로락스, 에머슨일렉트릭 등 9개 기업과 인덱스 펀드 주식을 매각하고 방산업체 팔란티어 주식을 매수했다. 그는 “부인의 학자금 마련을 위한 매도였으며 관련 비공개 정보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무역대표부(USTR) 산하 공공참여국장 마셜 스탤링스는 타깃과 프리포트맥모란 주식을 단기간 매수 후 매도했으며 스테파니 십탁-람나스 전 주페루 대사와 고탐 라나 주슬로바키아 대사 등도 수십만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같은 거래들은 법적으로 내부정보 이용 거래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부 고위직의 자산 운용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과 도덕적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고 프로퍼블리카는 전했다.
내부자 거래 법안을 기초한 타일러 겔래시 전 의회 보좌관은 “행정부는 시장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상시적으로 내리고 있어 관련 공직자의 개인 주식 거래는 자제돼야 한다”며 “이익 충돌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공공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회 보좌진 가운데서도 마이클 플랫 하원의원실 보좌관이 부인의 명의로 9만6000달러(약 1억2998만원)에서 39만 달러(약 5억2806만원) 상당의 미국 주식을 매도하고 외국주식으로 갈아탄 사례와 상원 법사위 보좌관 스테파니 트리폰, 세출위 보좌관 케빈 휠러의 채권 자산 편중 전략이 확인됐다.
특히,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의 비서실장인 라이언 화이트는 ‘해방의 날’ 발표 이틀 전부터 귀금속 광산업체 주식을 집중 매입한 뒤 관련 광업 지원 법안이 상원 소위원회를 통과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정당한 투자였으며 법적 절차에 따라 보고했다”고 밝혔다.
프로퍼블리카는 “이번 사례들은 행정부 인사들의 증권 거래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제가 필요함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