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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코딩, 창의 아닌 반복노동”…아마존 개발자들, AI 도입에 ‘속도 압박’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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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코딩, 창의 아닌 반복노동”…아마존 개발자들, AI 도입에 ‘속도 압박’ 호소

아마존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물류센터 직원들이 지난 2022년 4월 25일(현지시각)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사지=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아마존 뉴욕 스태튼아일랜드 물류센터 직원들이 지난 2022년 4월 25일(현지시각)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건물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사지=로이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도입 확대 속에 작업 속도 압박과 업무 단순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아마존은 AI 기술을 활용해 개발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개발자들은 “창의적인 사고나 협업이 사라지고 창고 노동처럼 느껴지는 일과”를 호소하고 있다.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보낸 주주 서한에서 “AI가 코딩의 기준을 바꿀 것”이라며 “경쟁사가 더 빠르게 고객을 만족시킨다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마존 소속 엔지니어 3명은 NYT와 인터뷰에서 “최근 1년 사이 상사로부터 AI 도구 사용을 반복적으로 권유받았고 작업 기한은 짧아졌으며 성과에 대한 압박도 커졌다”고 전했다. 한 엔지니어는 “지난해만 해도 팀원 수가 지금보다 많았지만 지금은 절반 수준인 팀원들이 AI 도구를 활용해 같은 양의 코드를 생산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부 대학 연구팀이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AI 코딩 도우미인 ‘코파일럿’을 활용할 경우 개발자의 코드 생산성이 25%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아마존뿐 아니라 쇼피파이와 구글 등 다른 IT 기업들 역시 AI 활용을 직원 평가 기준에 포함하거나 AI 도구 개발 해커톤(내부 경진대회)을 독려하는 추세다.

AI 도입의 긍정적인 면도 있다. 재시 CEO는 지난해 AI를 활용해 “4300명분의 개발자 연차에 해당하는 업무를 줄였다”고 설명한 바 있으며 하버드대 노동경제학자인 로런스 카츠는 “능숙한 개발자들에게는 반복작업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창의적인 작업을 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초급 개발자나 경력 초기 단계의 엔지니어들에게는 상황이 다르다. 카츠 교수는 “19~20세기 장인정신의 작업이 공장 생산으로 대체됐듯 지식노동자에게도 유사한 속도 압박이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아마존 엔지니어는 “예전에는 한 기능을 개발하는 데 몇 주가 걸렸지만, 이제는 몇 일이면 끝내야 하고, 동료와 의견을 나눌 여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점점 더 많은 AI 코드 추천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코드를 쓰는 즐거움보다 읽는 일이 대부분이 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AI 도구가 만든 코드 검토는 재미없고 검토 결과는 성과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또 다른 엔지니어는 “AI가 작성한 테스트 코드 덕분에 반복 작업이 줄긴 했지만 그만큼 후배 개발자들은 코드의 구조나 작동 원리를 익힐 기회를 잃는다”고 우려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협업과 실험은 여전히 중요하며 AI는 개발자의 전문성을 보완하는 수단일 뿐”이라며 “승진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같은 업무 변화 속에서 일부 개발자들은 ‘아마존 기후정의 직원모임’을 통해 불만을 공유하고 있다. 이 단체는 원래 탄소배출 감축을 요구하며 결성됐지만 최근에는 AI 관련 업무 스트레스나 사무실 복귀 지침에 대한 반발 등으로 역할이 확장됐다. 단체 대변인인 전직 아마존 직원 엘리자 판은 “많은 개발자들이 ‘내 커리어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일의 질이 어떻게 바뀔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36년 미국 완성차 업체 GM의 노동자들이 ‘속도 조절권’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것처럼 아마존 내부에서도 노동 강도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역사학자 시드니 파인은 “노동자가 스스로 작업 속도와 방식의 자율성을 빼앗겼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기록한 바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