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첨단 AI 반도체 中 수출 통제 강화... 현지 기업들 고육지책은?
'반도체 사재기'부터 '소프트웨어 혁신'까지… 궁극적 목표는 '기술 자립'
'반도체 사재기'부터 '소프트웨어 혁신'까지… 궁극적 목표는 '기술 자립'

지난 26일(현지시각)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두 기업은 "반도체 비축(사재기), 인공지능 모델 효율화, 국산 반도체 활용" 등 여러 방법으로 세계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며 미국의 제재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 개발에 꼭 필요한 엔비디아와 AMD의 고성능 반도체에 중국 기업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계속 막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논란 많던 반도체 규제 일부를 철회하기도 했으나, 지난 4월 엔비디아와 AMD 등 주요 기업의 특정 반도체 수출은 오히려 강화했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산업계 주요 기업들은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각 회사의 대응책을 설명했다.
◇ 中 대표 기술 기업들, 각자의 생존 해법 제시
중국 최대 메시징 앱 위챗 운영사인 텐센트의 마틴 라우 사장은 그래픽 처리 장치(GPU) 대량 비축과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을 회사의 주요 대응책으로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이미 상당량의 고성능 그래픽 처리 장치를 미리 확보해 두었다고 밝히며, 이 재고만으로도 앞으로 몇 세대에 걸쳐 대형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라우 사장은 "이전에 구매한 반도체를 상당히 강력하게 비축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그래픽 처리 장치 묶음을 확장해야 더 발전한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다는 미국 기업들의 생각과 달리, 텐센트는 기존 재고만으로도 효율 높은 인공지능 모델 훈련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덕분에 우리는 기존의 고성능 반도체 재고를 살펴보고, 앞으로 몇 세대 더 모델을 훈련하는 데 충분한 고성능 반도체를 확보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텐센트는 인공지능 모델의 추론 작업에서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동일한 그래픽 처리 장치로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할 수 있도록 효율을 높이고 있다. 라우 사장은 텐센트가 효율성을 높이려고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동일한 양의 그래픽 처리 장치를 배포해 특정 기능을 실행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대규모 그래픽 처리 장치 없이도 비슷한 성능을 내는 소형·경량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다.
그는 "회사가 큰 연산 성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더 작은 모델 사용을 검토 중이며, 자체 설계한 반도체나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도 적극 활용해 미국산 반도체 의존도를 점차 낮추고 있다"고 밝혔다. 라우 사장은 "단순히 그래픽 처리 장치를 무작정 구매하는 것보다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새로운 경로를 계속 탐색해 증가하는 추론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 바이두, '통합 역량'과 '자국산 반도체'로 활로 모색
중국 최대 검색 엔진 바이두 역시 독자적인 인공지능 경쟁력 확보 방안을 제시했다. 바이두는 클라우드 기반 시설, 인공지능 모델, 실제 서비스(챗봇 어니봇 등)까지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전략을 내세운다. 최신 반도체가 부족해도, 자체 소프트웨어 최적화와 클라우드-모델-서비스 통합으로 인공지능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바이두 인공지능 클라우드 사업부 더우 선 사장은 이번 주 회사 실적 발표에서 "가장 발전한 반도체에 접근할 수 없더라도, 우리의 고유한 통합 인공지능 역량을 통해 강력한 응용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뜻깊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두는 소프트웨어 최적화로 그래픽 처리 장치 효율을 높이고, 인공지능 모델 운영 비용을 낮추는 데 힘쓰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그래픽 처리 장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국산 반도체와 연동성도 강화하고 있다.
선 사장은 "기반 모델 때문에 막대한 연산 성능 요구가 증가하면서, 대규모 그래픽 처리 장치 묶음을 구축하고 관리하며 그래픽 처리 장치를 효과 높게 활용하는 능력이 핵심 경쟁 우위가 되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한 바이두가 중국 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인공지능 반도체의 효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장기에는 미국산 반도체 의존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산 반도체와 소프트웨어의 효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 인공지능 생태계의 자립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 사장은 이전에도 "국내에서 개발한 자급자족형 반도체는 점점 더 효율 높은 자국산 소프트웨어와 함께 중국 인공지능 생태계의 장기 혁신을 위한 강력한 바탕을 함께 만들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 中, 반도체 자립 가속페달… 기술 격차 축소 안간힘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반도체 소재, 장비, 설계, 생산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전문가는 중국 정부가 그래픽 처리 장치와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미국에 뒤처진다고 보지만, 현재는 미국산 그래픽 처리 장치와 비교해 성능이 다소 부족해도 점차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반도체 비축에, 장기적으로는 국산화와 소프트웨어 혁신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펴고 있다.
◇ 전문가들 "규제가 되레 中 기술 자립 부추겨"… 엇갈린 전망
세계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가우라브 굽타 반도체 담당 분석가는 "반도체 비축은 중국 기업들이 수출 제한에 대처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며, "미국에는 뒤처지지만 중국의 반도체 기술에서도 일부 발전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CNBC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중국은 소재에서 장비, 반도체, 포장에 이르기까지 자국 반도체 생태계를 만들어 왔으며, 여러 부문에서 각기 다른 수준의 발전을 이루었지만 놀라울 만큼 한결같고 야심 차게 목표를 추진해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그들이 인공지능 반도체를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며, 아마도 미국 선두 기업들의 제품과 경쟁할 수는 없겠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트너 같은 세계 시장조사기관은 "중국 기업의 반도체 사재기는 단기 대응이지만, 국산 반도체 생태계 강화가 장기 성장의 열쇠"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중국의 자체 생존 노력과 기술 발전에 일부 미국 기업 경영진들은 정부의 수출 제한 정책을 다시 생각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최근 이 규제가 중국보다 미국 기업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며 '실패'라고 말한 바 있으며, 또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과 기술 혁신을 재촉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의 인공지능 반도체 규제 강화에도 텐센트와 바이두를 비롯한 중국 대형 정보기술 기업들은 반도체 재고 확보, 소프트웨어 혁신, 국산 반도체 생태계 강화 등 여러 전략으로 세계 인공지능 경쟁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단기에는 사재기와 최적화, 중장기에는 기술 자립과 국산화가 핵심어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