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감산 부담 불공평" 반발로 하루 140만 배럴 더 공급

OPEC+는 7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41만1000배럴 더 늘린다고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를 포함한 8개 회원국이 참여한 이번 결정으로 OPEC+는 지난 4월부터 7월 말까지 세계 시장에 하루 140만 배럴을 더 생산, 공급하게 된다.
OPEC+가 오랫동안 이어온 감산을 가능한 한 빨리 풀겠다는 뜻을 드러내는 최신 신호다. 참여한 8개국 가운데 일부는 할당량을 넘어 생산하고 있어, OPEC+ 생산량의 최종 공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 사우디 "감산 부담 불공평" 반발로 생산 늘리기 빨라져
이번 빠른 증산 결정은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이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에너지 장관의 생각을 잘 아는 사람들 말로는, 살만 장관은 감산 부담이 OPEC+ 구성원들 사이에서 공평하게 나뉘지 않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3년 동안 생산량을 약 900만 배럴로 5분의 1가량 줄였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빼고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다른 OPEC+ 회원국들은 계속해서 할당량을 넘게 생산해왔다.
OPEC+는 유가를 떠받치려고 2022년부터 공급을 제한해왔다. 모든 OPEC+ 회원국의 하루 200만 배럴 감산과 8개 회원국의 자발적 하루 165만 배럴 감산이 2026년 말까지 이어질 예정이었다. 여기에 같은 8개 회원국의 하루 220만 배럴 추가 자발적 감산이 더해졌는데, 지금 풀리고 있는 것이 바로 이 220만 배럴 감산분이다.
감산으로 높은 가격을 지키지 못한 것을 생각할 때, 리야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하루 100만 배럴 감산을 포함한 220만 배럴 몫을 가능한 한 빨리 풀려고 애썼다고 사우디 에너지 장관의 생각을 잘 아는 사람들이 말했다.
◇ 트럼프 대통령 비위 맞추려는 의도도
업계에서는 생산량을 늘려 가격 하락을 허용한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에 들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 미국이 중동 지역을 찾았을 때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칭찬했다.
옛 OPEC 직원이자 지금 에너지 컨설팅 회사 라이스타드(Rystad)의 호르헤 레온은 "OPEC+는 그냥 수도꼭지를 트는 것이 아니라 대본을 다시 쓰고 있다"며 "5월에 OPEC+가 감산 해제 신호를 보냈고, 6월에는 확실히 방향을 정했으며, 7월에는 본격적인 공급 확대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속도라면 OPEC+는 처음 계획보다 1년 앞선 올해 9월 말까지 하루 220만 배럴의 억눌린 생산량을 모두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온은 "감산 해제가 적어도 2027년 초까지는 안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OPEC+가 생산 전략을 빠르게 바꿈에 따라 생산량 상한선을 높이는 작업이 애초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카자흐스탄은 이런 지침을 무시하고 할당량을 넘어 석유를 계속 뽑아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통신사 인테르팍스가 낸 성명 따르면 알리벡 자마우프 카자흐스탄 에너지 차관은 "이번 주 OPEC에 자국은 생산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