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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구글, ‘소셜미디어 중독’ 첫 배상 판결…청소년 피해 책임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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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구글, ‘소셜미디어 중독’ 첫 배상 판결…청소년 피해 책임 인정

메타와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메타와 구글 로고. 사진=로이터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법적 책임이 처음으로 인정되며 거대 기술기업을 겨냥한 소송이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26일(현지 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이용자 중독을 유발하는 설계로 피해를 초래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20세 여성 케일리 G.M.이 소셜미디어 중독으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나왔다.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플랫폼 설계와 운영에서 과실이 있었고, 청소년에게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경고하지 않았다고 봤다. 평결은 10대2로 내려졌다.

배심원단은 메타에 420만 달러(약 62억 원), 구글에 180만 달러(약 27억 원)를 각각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치료비 등 실제 손해에 대한 보상이며, 나머지 절반은 기업의 행위를 처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이다.
이 사건은 소셜미디어 기업을 상대로 한 ‘중독 설계’ 책임을 제대로 다룬 첫 재판으로, 향후 수천 건에 이르는 유사 소송의 방향을 가늠할 시험대로 평가된다. 같은 쟁점을 다루는 다른 대표 소송들도 올해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추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원고 측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등 플랫폼이 알림, ‘좋아요’,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 등 기능을 통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극대화하도록 설계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소년은 뇌 발달 단계상 중독에 취약한 만큼 피해가 더 크다고 강조했다.

케일리는 어린 시절부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사용해 왔으며 불안과 우울, 신체 왜곡 인식 등 다양한 문제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이들 플랫폼을 “사용자를 붙잡아 두기 위해 설계된 함정”이라고 규정했다.

반면 메타와 구글은 판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구글 측은 유튜브가 책임 있는 스트리밍 플랫폼이지 소셜미디어가 아니라고 주장했고, 메타는 다른 요인들도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영향을 미쳤다고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플랫폼 설계가 중독을 유발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국 법상 인터넷 기업은 이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대해서는 책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이미 미국 전역에서 수십 개 주 정부와 1000여 개 학군이 제기한 집단소송에도 직면해 있다. 이들 소송 역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상과 서비스 구조 변경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어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과거 담배·아편유사제 소송처럼 대규모 합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