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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 부추긴 '골든 비자'와 해외 시민권 신청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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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 부추긴 '골든 비자'와 해외 시민권 신청 열풍

미국 부유층, 뉴질랜드 '골든 비자'에 줄 서고 영국 시민권 신청도 역대 최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해외 이주 고려하는 주된 이유로 떠올라
미국인의 영국 시민권 신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인의 영국 시민권 신청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현재 집권 하에서 그의 정책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부유층과 고학력층을 중심으로 해외 '골든 비자' 신청이 급증하고 영국 시민권 신청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해외 이주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 뉴질랜드 '골든 비자'에 몰리는 미국 투자자들


지난 1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 닛케이 등 외신에 따르면 뉴질랜드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발급하는 '골든 비자' 신청이 최근 6주 동안 65건 접수되는 등 폭발적으로 늘었다. 특히 전체 신청 건수 104건 가운데 55건이 미국발로, 단일 국가로는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지난 2월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골든 비자 제도 규제를 크게 풀었다. 2025년 4월부터 시행된 새 제도에 따르면, 영어 능력 요건이 모두 없어지고, '성장형' 투자 부문의 최소 투자액은 500만 뉴질랜드달러(약 41억 2890만 원)로 낮아졌다. 영주권 취득에 필요한 의무 체류 기간은 기존 3년에서 획기적으로 줄어 21일에 불과하며, 신청 절차도 평균 11일로 빨라졌다.

이주 컨설팅 회사 내쉬 켈리 글로벌의 공동 설립자인 스튜어트 내쉬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이 미국 부유층 상당수가 해외 이주를 고려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신청자 대다수가 트럼프와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내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뉴질랜드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뉴질랜드가 포르투갈이나 아일랜드 등 다른 나라들이 골든 비자 제도를 엄격하게 바꾸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 트럼프 행정부 정책이 부른 영국 시민권 신청 급증 현상


미국 시민권자의 영국 시민권 신청 건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국 내무부에 따르면, 2025년 1월부터 3월까지 영국 시민권 신청 건수는 19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늘었다. 이러한 증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2024년 10월부터 12월을 시작으로 관련 자료 조사가 가능한 200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계속 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급진적인 정책과 진보 성향 시민들을 겨냥한 정부 지출 삭감 같은 조치들이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미국 내 부유층과 고학력층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명 대학에 대한 보조금 삭감, 반다양성·형평성·포괄성 정책 등 진보 진영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영국 시민권을 신청하려면 원칙으로 영국에 최소 5년 이상 살아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영어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하비 로 그룹의 스티브 콜빈 변호사는 영국으로 이주하는 미국인들이 "직업 등의 이유로 이미 영국에 오랫동안 산 사람이 많으며, 현 정부의 정책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외에도 파나마, 코스타리카, 그리고 포르투갈의 '골든 비자' 제도도 인기 있는 이주지라고 덧붙였다.

학계에서도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대규모 연구비 삭감 등의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미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이주하거나 소속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뉴욕에서 열린 반트럼프 시위에 참가한 한 여성은 "최근 영국이나 아일랜드로 이사한 지인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큰 이유"라고 밝혔다.

프랑스어권 최대 국립대학인 엑스 마르세유 대학교는 연구비 지출 삭감에 대응하여 지난 3월 "미국에서 일부 과학자들이 위협을 느끼고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연구자들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대학이 약 15명의 연구원을 모집하자, 존스 홉킨스 대학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NASA 등 미국 기관에서 300명 가까운 지원자가 몰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