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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BP, 윤활유 '캐스트롤' 매각 공식화…인수 방어·경영 쇄신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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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BP, 윤활유 '캐스트롤' 매각 공식화…인수 방어·경영 쇄신 승부수

인도 릴라이언스·사우디 아람코 등 인수후보 부상…최대 100억 달러 매각가 예상
행동주의 펀드 압박 속 재무개선·경영쇄신 목표…'헐값 매각' 우려도
영국 에너지 기업 BP가 인수 방어와 경영 쇄신의 승부수로 대표 윤활유 브랜드 '캐스트롤' 매각을 공식화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 사우디 아람코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며 매각가는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에너지 기업 BP가 인수 방어와 경영 쇄신의 승부수로 대표 윤활유 브랜드 '캐스트롤' 매각을 공식화했다. 인도의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 사우디 아람코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며 매각가는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로이터
영국 에너지 대기업 BP가 100년 넘게 운영해 온 대표 윤활유 상표 '캐스트롤(Castrol)' 사업부 매각을 공식화하고, 인수합병(M&A)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전략 행보에 나섰다고 미 경제방송 CNBC가 지난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매각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신뢰를 회복하며 인수합병을 막기 위한 자산 매각 계획의 하나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사안에 밝은 여러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 대기업 아람코 등 에너지 기업들이 BP 캐스트롤 사업부의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은 특히 인도 같은 신흥시장에서 캐스트롤이 가진 막강한 상표 영향력에 주목하며 높은 인수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 론스타 펀드 등 사모펀드들 또한 캐스트롤의 국제 연결망과 수익성을 높이 평가하고 인수전에 가세한 모양새다.

캐스트롤 매각 대금은 80억 달러(약 11조400억 원)에서 최대 100억 달러(약 13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 BP는 지난 2월 말 캐스트롤 사업부에 대한 전략 검토에 들어갔으나, 이번 매각설과 관련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BP는 이미 골드만삭스를 매각 자문사로 정하고, 잠재 투자자들에게 투자 설명서를 나누어주는 등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알짜' 캐스트롤 인수전…흥행 여부 '촉각'


이런 움직임은 BP가 M&A 시장의 주요 매물로 떠오른 가운데 나왔다. 런던 증시에 상장된 BP는 최근 근본적인 전략 재설정을 통해 투자자 신뢰 회복을 꾀해왔다. 여기에는 친환경 전략을 일부 수정하고 화석연료 중심 전략으로 일부 돌아가는 것과 함께, 2027년 말까지 200억 달러(약 27조6040억 원)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는 계획이 들어있다. 핵심 자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주된 목표로 보인다.

시장 분석가들은 BP 캐스트롤 사업부를 회사 자산 가운데 '알짜 자산'으로 평가한다. 이들은 경영진이 새 전략 목표 달성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인수 희망 기업들의 등장은 좋은 신호로 본다고 분석했다. 매각이 이루어지면 BP의 빚이 줄고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 매각 파장 '갑론을박'…약일까, 독일까?


자산 관리 회사 퀼터 체비엇 마우리치오 카룰리 에너지 및 원자재 분석가는 CNBC와 한 인터뷰에서 "캐스트롤 매각이 BP의 잠재 M&A를 확실히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는 산업 인수자가 따져볼 세 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 카룰리 분석가는 "고성능 윤활유 사업 매각으로 BP의 빚 수준이 낮아지면, 잠재 인수자 눈에 BP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둘째로는 "계속되는 거시경제의 불확실함 때문에 BP가 캐스트롤을 좋은 값에 팔기 어려울 수 있으며, 이것이 BP 기업 가치에 나쁜 영향을 미쳐 오히려 더 값싼 인수 대상이 되게 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매각 값 협상 역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다른 에너지 회사가 캐스트롤 인수로 아낄 수 있는 비용과 늘릴 수 있는 수익이 있겠으나, 캐스트롤이 BP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몫이 작아 매각이 회사에 미치는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행동주의 펀드 공세…앞으로 6개월 '살얼음판'


최근 BP는 실적이 나빠지고 주가가 떨어졌으며, 엘리엇 매니지먼트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을 받아 인수합병 표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보다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BP는 최근 몇 달 동안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거센 압박에 직면해 있다. 한 예로 지난 4월 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BP 지분 5% 이상을 가졌다고 공개했다. 엘리엇은 지난 2월 처음 BP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때 엘리엇의 참여가 BP가 전통 석유와 가스 사업으로 돌아가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BP 머레이 오킹클로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29일 CNBC '스쿼크 박스 유럽' 프로그램에 나와 "회사의 전략 재설정 이행이 순조롭게 출발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역대 가장 높은 탐사 및 생산 운영 효율 달성"과 "최근 석유와 가스 탐사 6건 성공"을 근거로 들었다.

바클리스 은행 리디아 레인포스 유럽 에너지 주식 연구 책임자는 "BP가 앞으로 6개월을 잘 헤쳐나가면 앞날이 매우 밝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인포스 책임자는 5월 22일 CNBC 스티브 세지윅과 한 인터뷰에서 "BP 기업가치는 현재 주가보다 훨씬 높다고 본다. 하지만 BP가 가장 약한 때를 꼽으라면 바로 다음 6개월"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빚을 줄이기 위한 자산 매각이 일부 눈에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예컨대 BP가 언급한 윤활유 사업 매각은 120억 달러(약 16조5600억 원)에서 150억 달러(약 20조7000억 원)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 실적·주가 부진 BP…'주주 신뢰 회복' 과제


업계 경쟁 회사들에 견줘 낮은 주가 흐름을 보여온 BP 주식은 지난 한 해 동안 20% 넘게 떨어졌다. 이런 약세는 영국 경쟁 회사 셸과의 합병설 등 M&A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 추측을 키웠다.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과 셰브론 역시 잠재 인수 후보로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셸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고, 엑손모빌과 셰브론 관계자들도 이전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AJ 벨 러스 몰드 투자 이사는 "주주들은 BP가 순부채 증가를 막고 적어도 현재 수준으로 자사주를 사들이고 배당을 이어갈 수 있도록 현금 창출 능력을 더 키우기를 바란다"고 짚었다. 몰드 이사는 "2025년 30억~40억 달러(약 4조1382억~5조5176억 원) 규모 자산 매각과 자본 투자 축소 계획은 2027년 말까지 순부채를 140억~180억 달러(약 19조3116억~24조8292억 원) 수준으로 낮추려는 BP 노력의 분명한 한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매각이 성공으로 끝나면, BP는 확보한 자금으로 빚 부담을 줄이고 배당금 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할 힘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그는 CNBC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캐스트롤 매각 성공 같은 이런 계획의 성공 이행은 BP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주주들에게 심어주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현금 흐름이 나빠지고 자사주 매입이 줄어드는 일이 몇 분기 더 이어지면 경영진의 처지가 어려워질 수 있으며, 이런 상황은 보통 끈질기기로 이름난 엘리엇의 추가 개입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BP 캐스트롤 사업부 매각 추진은 재무구조 개선과 인수합병 막기, 그리고 기업 전체 전략 재설정의 핵심으로 풀이된다.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 사우디 아람코를 비롯한 세계 에너지 기업들과 주요 사모펀드 등 여러 후보가 인수전에 참여함에 따라, 이번 매각 결과가 앞으로 세계 에너지 산업 구조 재편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