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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내세운 DOGE 정책, 연방기관 업무 1500건 지연...현장 "일 더 늦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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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 내세운 DOGE 정책, 연방기관 업무 1500건 지연...현장 "일 더 늦어져"

트럼프 행정부, 비용 절감·구조 바꾸기 정책...WP "효율성보다 혼란 커져" 보도
업무 효율성이 개선되기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 크리에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업무 효율성이 개선되기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들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이미지 크리에이터
미국 연방정부가 '효율성'을 앞세워 대대적인 구조 바꾸기와 비용 절감 정책을 시행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가 오히려 크게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현지시각) 19개 연방 기관에서 일하는 30여 명의 직원과의 인터뷰, 내부 문건을 토대로 이 같은 현상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 명령을 통해 다양성·공정·포용(DEI) 정책을 전면 폐지하고,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DOGE 서비스(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를 통해 정부 지출과 인력구조를 대폭 바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효율성"이라는 명분과 달리, 일상 업무가 오히려 더 늦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1500건 넘는 업무 대기...현장 "하루 걸릴 일, 일주일 소요"

워싱턴포스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국무부 한 직원은 대사관 행사 준비를 위해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DEI를 촉진하지 않는다'는 서류 제출을 요구받았다. 업체가 서명에 난색을 보이자, 대사 승인, 250자 분량의 정당화 보고서, 고위직 결재, 추가 양식 작성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은 일주일이 걸렸으며, 이전 행정부에서는 하루면 충분했던 일이다.
총무청(GSA)에서는 1500건이 넘는 프로젝트 요청이 정치 임명자의 결재를 기다리며 쌓여 있고, 이 가운데 약 200건은 수개월째 보류 중이며 300건은 승인조차 받지 못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에서는 실험실 검사 등 일상 업무가 부서별 승인 절차 강화로 지연되고 있다. 연방항공청(FAA) 한 직원은 "창문 청소, 엘리베이터 고치기, 사무용품 구매까지 모두 명세서를 써야 하고, 주문서 작성에만 1~2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

DOGE가 주도한 대규모 인력 감축과 자리 바꾸기도 혼란을 키웠다. 사회보장국(SSA)은 수천 명의 관리직을 현장 사무소로 옮겼고, 이로 인해 사직과 퇴직이 이어졌다. SSA 한 직원은 "이제 직원 절반은 일에 대해 잘 모르고, 나머지는 일이 너무 많아 새로 온 사람을 가르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효율성은커녕, 일상 업무만 더 복잡하다"...인공지능·정치 임명자 승인까지 확대

DOGE 정책은 연방지출에 대한 전면적 통제와 함께, 정치 임명자의 사전 승인 의무화, 연방 신용카드 사용 제한, 인공지능(AI)을 통한 보조금 심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립보건원(NIH) 일부 부서에서는 보조금 신청서에 'DEI, 트랜스젠더, 중국, 백신 거부' 등 특정 단어가 포함됐는지 AI로 검토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한 대학 소속 여부도 일일이 확인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조지아대학교 조지 크라우스 교수는 "역대 행정부가 관료 조직을 손보려 했지만, DOGE가 주도한 변화는 오히려 반대 결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일레인 카마르크 소장도 "계획 없는 구조 바꾸기는 정부 일을 약하게 할 뿐"이라고 밝혔다.

정부 대변인은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고 있다"고 했지만, 현장 직원들은 "일은 늦어지고, 남은 사람만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NASA 직원은 "이제 누구도 최고의 효율로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장 혼란 지속...업계 "정치적 개혁·지출 통제 배경"

업계에서는 이번 변화의 배경에 '정치적 이념에 따른 정부 개혁''지출 통제 강화'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성 저하와 인력 이탈, 조직 내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