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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업, 재선 후 12개 해외사업 발표... 첫 임기 때보다 6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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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업, 재선 후 12개 해외사업 발표... 첫 임기 때보다 6배 늘어

중동·인도 중심으로 확장 가속화..."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 자평
플로리다 남부에 있는 트럼프 브랜드의 럭셔리 타워 7곳이 러시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플로리다 남부에 있는 트럼프 브랜드의 럭셔리 타워 7곳이 러시아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업의 미국 복귀를 약속했지만, 그의 가족 기업은 오히려 해외 사업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지난 2(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 오가니제이션과 파트너들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뒤 12개 해외 프로젝트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2017~2021년) 동안 발표된 2건의 해외 거래보다 6배 많은 수준이다. 12개 프로젝트에는 주거용 고층 빌딩, 호텔, 골프장 등이 포함돼 있으며, 대부분이 중동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인도에만 5개 프로젝트가 몰려 있어 미국 밖 지역에서 트럼프 부동산이 가장 밀집된 곳으로 자리잡았다.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을 운영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아들 에릭은 "우리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라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979월부터 올해 520일까지의 공식 프로젝트 출범을 알리는 지역 언론 보도와 보도자료를 검토해 이번 분석을 내놓았다.
25년 국제사업 역사... 첫 임기 때는 10개국서 철수

트럼프의 국제 사업은 25년도 더 전에 시작됐다. 그가 1990년대 재정 어려움을 극복한 뒤부터였다. 그 뒤 몇 년 동안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은 전 세계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 동안 그의 회사는 단 2개의 새로운 해외 프로젝트만 발표했고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포함한 10개국 이상의 프로젝트에서 손을 뗐다. 당시 회사는 기존 사업 운영, 부채 감축, 그리고 현금 보유액에 우선순위를 뒀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떠난 뒤 회사는 해외에서 새로운 거래를 계획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재선 뒤 확장이 가속화됐다.

외국 정부 관련 거래 늘어... 윤리 협약과 어긋나

문제는 새로운 거래 상당수에 외국 정부가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그룹은 지난 1월 외국 정부와 직접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윤리 협약을 발표했지만, 여러 거래에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세르비아 정부가 참여하고 있다.

세르비아에서는 트럼프 기업이 정부에서 토지를 빌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폭격으로 파괴된 베오그라드 국방부 건물의 잔해를 5억 달러(6897억 원) 규모의 고급 호텔로 바꾸는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카타르에서는 전용 해변을 갖춘 고급 빌라 리조트 건설이 추진 중이며, 5월에는 UAE 국영 기금과 20억 달러(2750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를 이뤄냈다.

트럼프 측은 회사가 외국 정부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외국 정부와 거래하는 기업들과의 합작투자 형태라고 해명했다. 트럼프 측근들은 12개 개발 사업이 지난해 11월 이전에 이미 계약이 맺어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 임원들은 트럼프 재선 뒤 트럼프라는 이름이 승리와 연결되면서 해외 파트너들이 사업에 더욱 적극으로 나서고 있다고 인정했다.

크리스 머피 코네티컷 출신 민주당 상원의원이자 상원 외교관계 중동소위원회 전 위원장은 "이 나라들이 도널드 트럼프에게 돈을 주는 것은 그 대가로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애나 켈리 백악관 부대변인은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 국민을 위해 좋은 거래를 이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인도에서 5개 프로젝트 진행... 라이선싱 수익 두 배로

인도에서는 오랜 파트너인 트라이베카 디벨로퍼스와 함께 5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트라이베카 디벨로퍼스 설립자 칼페시 메타는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를 워튼스쿨 교수를 통해 처음 만난 뒤 최소 2013년부터 트럼프 가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메타는 도널드 트럼프의 두 차례 취임식에 참석했고,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으며, 지난 1월에는 비공개 만찬도 함께했다.

메타는 11월 뒤 지역 간행물을 통해 전국으로 트럼프 부동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5월에는 트라이베카와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이 두 번째 트럼프 레지던스 델리의 개장일에 완판되면서 3억 달러(4138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기록인 매출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의 해외 확장은 주로 라이선싱 모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자체 자금을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대신 브랜드 및 관리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최근 재무 공시에 따르면 2023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6건의 해외 라이선싱 계약을 통해 900만 달러(124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지난해 11월 대선 뒤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은 두 배 더 많은 계약을 맺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11월 뒤 12개국을 최소 9차례 방문했다. 이 중 상당수는 트럼프 오가니제이션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트럼프 비즈니스 비전 2025"라고 홍보한 동유럽 방문도 포함됐다.

"2016년 제대로 했지만,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해"

이는 트럼프의 첫 번째 대통령 임기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당시 트럼프는 자녀들에게 "거래는 하지 마라. 우리는 거래가 필요 없다. 우리는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은 훌륭한 자산이다. 그것들을 운영하라"고 말했다고, 2023년 뉴욕주 검찰총장 레티샤 제임스와의 민사 소송 당시 제출한 증언에서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3년 제출한 증언에 따르면, 해외에서 인지도가 낮은 이 회사는 이해 상충으로 비춰지는 상황을 피했다.

에릭 트럼프는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회사가 첫 번째 트럼프 행정부에서 철수한 데 대한 충분한 평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러한 접근 방식을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번째 임기 때 윤리 문제를 피하려고 해외사업 확장을 중단했지만 그런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2016년에 이해 상충을 피하려고 모든 것을 제대로 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에 대한 인정은 거의 받지 못했고 오히려 비판만 받았다""그렇다면 이번에는 굳이 사업을 자제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라는 취지로 말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