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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이슬람 국채 ETF’, 홍콩의 이슬람 금융 허브 도약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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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이슬람 국채 ETF’, 홍콩의 이슬람 금융 허브 도약 신호탄

아시아 최초 사우디 이슬람 국채 추적 상품…2033년 7조 7천억 달러 시장 겨냥
홍콩, 서구 의존 탈피하며 중동과 금융 연결성 강화…비전 2030 투자 유치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국채(수쿠크)를 추적하는 아시아 최초의 상장지수펀드(ETF)가 홍콩에서 출시되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국채(수쿠크)를 추적하는 아시아 최초의 상장지수펀드(ETF)가 홍콩에서 출시되었다. 사진=로이터
홍콩이 오랫동안 추진해온 이슬람 금융 허브 구축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국채(수쿠크)를 추적하는 아시아 최초의 상장지수펀드(ETF)가 홍콩에서 출시되면서 이슬람 금융시장 개척에 본격 나선 것이라고 3일(현지시각) 홍콩에서 발행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이번 사우디 수쿠크 ETF 출시는 2033년까지 7조 7천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이슬람 금융 상품의 글로벌 시장에 현지 투자자들을 연결하는 첫 단계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샤리아가 승인한 금융 상품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의 비무슬림 투자자들은 이슬람 채권, 이슬람 보험, 이익 공유 계획, 그리고 종교적 제약에 순응하는 "원가에 마크업을 가한 자금 조달"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홍콩달러와 미국 달러로 모두 거래할 수 있는 홍콩의 사우디 수쿠크 ETF는 중요한 이정표다. 아시아의 투자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증권 거래소를 통해 샤리아를 준수하는 채권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현대화를 위한 비전 2030에는 3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첫날 거래량은 60만 홍콩달러(7만 7천 달러) 미만으로 미미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의 수쿠크 ETF는 지난 10월 사우디 타다울 거래소에서 샤리아를 준수하는 30개 기업을 거래하는 알빌라드 CSOP ETF와 현지 투자자들이 사우디 상장 기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의 CSOP 사우디 ETF를 출시한 데 이은 것이다.

홍콩 당국은 적극적으로 중동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 존 리 카치우 행정장관은 2023년 공식 자격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처음 방문했으며, 증권선물위원회의 줄리아 렁펑이 최고경영자는 리야드를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이제 사우디 상장 기업들이 홍콩에 2차 상장을 할 수 있게 됐고, 중국 본토의 남쪽으로 향하는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됐다.

홍콩이 이슬람 금융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서구나 선진국을 넘어 금융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이 있다. 동시에 중동 국가들도 중국과 새로운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금융 연결성 강화는 서구와 중국의 관계가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시기에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홍콩은 전통적인 서구 금융과의 연결고리 역할에서 벗어나 아시아와 중동을 잇는 새로운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은 경제 다각화와 현대화를 통해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막대한 자금 조달을 위해 국제 금융시장과의 연결이 필수적이며, 홍콩은 이러한 사우디의 요구와 아시아 투자자들의 이슬람 금융 상품에 대한 관심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홍콩의 이슬람 금융시장 확대는 중동 자본의 아시아 유입과 아시아 투자자들의 중동 시장 참여를 촉진하는 양방향 흐름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홍콩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적 의미를 갖는다.


신민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