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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체인 식당이 그리웠다”…美 Z세대 향수 마케팅에 되살아나는 외식 브랜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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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체인 식당이 그리웠다”…美 Z세대 향수 마케팅에 되살아나는 외식 브랜드들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위치한 롱존실버스 시푸드 레스토랑.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 위치한 롱존실버스 시푸드 레스토랑. 사진=로이터
최근 미국에서 Z세대(1997~2012년생)를 중심으로 과거 가족 외식 장소로 인기를 끌었던 중저가 체인 레스토랑에 대한 향수가 확산되며 업계가 반등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이하 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디지털 마케팅과 SNS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소비자들이지만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사회 변화 속에서 과거에 대한 정서적 회귀가 체인 레스토랑이라는 공간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나 바빅 로사리오 미국 덴버대 마케팅 교수는 NYT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과거를 현재보다 더 안정적이고 따뜻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향수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클수록 더욱 강해진다"고 설명했다.

27세의 비 베나레스도 NYT와 인터뷰에서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서 가족과 함께 식사를 기다리며 빵을 먹던 시간이 그립다"며 "지금의 패스트 캐주얼 식당에서는 앉아서 함께 식사할 기회조차 사라졌다. 공동체 의식이 없어졌다는 점에서 슬프다"고 말했다.
지난해 뉴욕 랜들스아일랜드에서 열린 '체인 페스트' 행사에는 20대 중심의 관객 1만명이 몰려 레드로빈, 크래커배럴 등 과거 인기 체인 메뉴의 고급 버전을 맛봤다. 행사를 기획한 배우 B.J. 노박은 LA 행사에서도 2만5000명 대기자 명단이 생길 만큼 열기를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유행이 실제 체인 레스토랑의 매출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센셜에 따르면 2024년 미국 중저가 테이블 식당 이용자 중 Z세대 비중은 17%에 그쳤고 베이비붐 세대와 X세대가 여전히 주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베나레스는 "우리 지역 아웃백 매장이 2018년에 문을 닫은 뒤 한 번도 다시 방문하지 못했다"며 "요즘은 판다 익스프레스 같은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더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이용자 크리스티 아브라함은 "체인 식당은 유년시절 마이애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면서도 "향수만으로는 단골 손님이 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반면 과거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해 매출 증가로 연결한 사례도 있다. 1990년대 유행한 CF송 '베이비 백 립스'로 유명한 칠리스는 최근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브링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케빈 호크먼은 "Z세대가 브랜드를 재발견하면서 칠리스가 다시 문화의 중심에 섰다"며 "과거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 브랜드를 어떻게 새롭게 소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칠리스는 최근 1990년대 스타 티퍼니 티센을 모델로 기용해 6달러 마가리타 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열대 정글 콘셉트로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큰 인기를 끈 레인포레스트 카페도 최근 25~~35세 이용자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어릴 적 방문한 경험이 있는 젊은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다시 찾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에 마련된 팝업 행사에는 3만2000명이 다녀갔다.

칼리포니아피자키친, 카라바스 이탈리안 그릴 등 소규모 체인도 젊은 층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 랍스터는 지난해 젊은 층의 반발로 메뉴에서 삭제했던 '허쉬퍼피'를 다시 부활시키기도 했다.

로사리오 교수는 "과거의 메뉴와 포장 디자인을 되살리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그 시대와는 전혀 다른 소비자들이란 점에서 단순한 복고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